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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또 원칙없는 선수 선발 논란…악수냐, 묘수냐

때로는 원칙보다 실리가 우선일 수도 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3)이 러시아월드컵 진출에 최대 고비가 될 중국 원정을 앞두고 체면을 버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에서 뛰지 않는 선수는 뽑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유명하지만, 주축인 해외파가 부진에 빠지자 ‘예외도 있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슈틸리케 감독은 13일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23일)과 시리아(28일)을 상대로 재개되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출전 명단(24명)을 발표했다.

슈틸리케 감독. 강윤중 기자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국내파가 9명이나 이름을 올렸으니 여전히 원칙이 유효한 것으로 보였다. 대신 소속팀에서 몇 달째 경기를 못 뛰는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과 박주호(도르트문트) 등은 제외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은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라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선수는 뽑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니 얘기가 달랐다. 홍정호(장쑤 쑤닝)와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푸리) 등 중국 프로축구에서 뛰는 선수들이 소속팀 부진에도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이다. 홍정호(장쑤 쑤닝)만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고 있을 뿐, 김기희와 장현수는 올해 출전 기록이 아예 없다.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수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터라 이해는 됐지만 현장에선 송곳 질문이 쏟아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대표팀에 데려오면 자신들의 실력이 몸값이 비싼 세계적인 선수들보다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다소 군색한 변명을 내놨다.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만 예외는 아니었다. 다친 몸으로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도 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지난달 1일 사우스햄턴전에서 무릎을 다쳤고, 곽태휘(서울)는 지난달 28일 우라와 레즈전에서 허벅지를 다쳤다. 당연히 두 선수 모두 경기를 뛴 기록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감독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곽태휘는)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라도 벤치에서 나머지 선수단을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고 했다. 기성용에 대해서는 “경기를 뛰지 못할 경우 김보경(전북)이 플랜B(대안)”이라고 했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슈틸리케 감독의 변화는 그만큼 한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3승1무1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조 2위까지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가운데 3위인 우즈베키스탄(3승2패)에 승점 1점차로 쫓기고 있다. 중국과 시리아를 상대로 승리를 챙기지 못할 경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 중국과의 안방 대결에서 3-2로 간신히 이겼고, 시리아와는 0-0으로 비기는 등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했다. 또 중국이 최근 명장인 마르첼로 리피가 지휘봉을 잡은 뒤 경기력이 한층 올라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고 누적으로 중국전에 뛸 수 없는 손흥민(토트넘)을 굳이 중국 원정에 동행시키면서 분위기를 다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경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중국전 승리로 월드컵 최종예선 후반기를 승리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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