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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예원, ‘꽃’이길 거부하다

“그냥 예쁜 연기는 못 하겠어요.”

강예원은 스스로 기꺼이 ‘꽃’이길 거부한 여배우다. “예쁘다”는 칭찬을 듣기보다 자신의 색깔을 공고히 다지고픈 욕심으로 가득하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 출연한 배우 강예원이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강예원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17년차 배우로서 삶과 신작으로 16일 개봉하는 <비정규직 특수요원> 이모저모에 대해 털어놨다. 여느 여배우와 달리 솔직하고 화끈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 출연한 배우 강예원이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신비주의? 어차피 대중은 제게 큰 관심 없어요”

강예원은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몇 안 되는 여배우다.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2>(이하 <언슬2>)에 고정 출연하고 있고 최근엔 종합편성채널 JTBC <아는형님>에 나와 예능 감각을 뽐내기도 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겁이 나서 예능 출연을 안 하려 했어요. 그런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도 바뀌어야 하겠더라고요. 신비주의를 고집해면 뭐해요? 대중은 제게 큰 관심이 없는 걸요. 오히려 남은 시간에 더 많은 걸 남기자는 게 제 목표가 됐죠.”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 출연한 배우 강예원이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생각이 바뀌게 된 건 과거 영화 흥행에 참패하면서부터다.

“영화를 열심히 찍었는데도 흥행이 안 되면 정말 허무하더라고요. 에너지를 다 쏟아서 찍어도 사람들은 그런 영화가 있는지조차 모르니까요. ‘난 뭘 위해서 이러고 있었나. 하고 싶을 걸 하려면 하기 싫은 것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시작한 게 MBC <일밤-진짜 사나이>였어요. 지금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예능 출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요.”

최근 <언슬2>에선 성악과 출신이지만 성대 부종으로 노래를 하지 못하게 된 사연을 고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그런 장애 요소에도 걸그룹 데뷔에 나서 모두의 응원을 받았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 출연한 배우 강예원이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노래를 못해도 조정석이나 조승우, 황정민 선배를 보면서 나도 저들처럼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그런 면에서 저에겐 <언슬2>가 도전이었어요. 대중 앞에서 약속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할 것 같더라고요.”

■ “한채아 공개 연애, 너무 부러워”

강예원은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에서 한채아와 연기했다. 무엇보다도 남성 영화 일색인 충무로에 여성 투톱 영화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언론시사회 때 김 감독도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았어요. ‘영화 어땠냐’고 묻는데 제 눈치를 보더라고요. 생각보다 편집을 더 잘한 것 같아서 전 한숨 놨어요. 흥행 예상 성적이요? 300만명만 넘고 싶어요. 제가 돈 버는 건 아니지만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비정규직 특수요원> 스틸,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한채아가 열애를 고백한 것도 언급했다.

“정말 부러워요. 솔직히 부러우면 지는 건데 전 한채아에 졌어요. 당시엔 박수 치고도 싶었지만, 한편으론 ‘부럽다. 나도 어딘가엔 있겠지?’란 생각도 들더라고요. 만약 제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전 고백도 못했을 거예요.”

■ “영화 데뷔 초를 떠올리게 해요”

이번 영화는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친동생을 보면서 출연을 결정했다.

“너무 불안하게 사는 사회가 싫었어요. 또 배우도 비정규직이잖아요? 제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생각했죠. 자연스럽게 제 데뷔 초가 떠올라요. 전 늘 그때를 떠올리고 주변에 얘기해요. 사람들이 ‘그 얘기 좀 그만해’라고 할 정도죠. 하지만 그 또한 저 아닌가요? 고통과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감사하면서 일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항상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중심을 잡으려 합니다.”

상처와 고통은 그에게 경험이란 선물을 안겼다. 배우로서도 매우 좋은 자양분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연기 철학’도 생겼다.

“함께하는 배우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일일이 챙기려고 노력해요. 그 중 신인들은 가뜩이나 얼어서 연기도 안 나올 텐데, 저라도 편하게 해주려고요. 그게 영화 흐름도 막지 않고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밥도 같이 먹으려 하고 얘기도 들어주고요. 주인공이라고 해서 대접만 받으려고 하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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