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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스포츠 희망을 찾아서③] 한국축구 최후 저항선인 동시에 디딤돌인 K3리그

K3리그 양평FC 선수들이 지난달 25일 경기 양평 용문체육공원에서 열린 춘천시민축구단과의 2017년 K3 어드밴스리그 개막전에서 후반 23분 결승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에서 K3리그는 4부리그 격이다. 1부 프로축구(K리그) 클래식, 2부 프로축구 챌린지, 3부 내셔널리그(N리그) 다음이다. 시범경기를 치르는 식으로 2007년 출범해 올해 11주년을 맞는다. 2007년 10개에 불과한 팀 수가 21개로 늘었다. 팀 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오히려 감소 추세인 다른 리그와 달리 양적으로, 질적으로 분명히 성장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26년까지 성인축구를 6부리그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걸 이루기 위한 밑거름이 K3리그다.

K3리그에는 K리그, N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비롯해 학교 졸업 후 프로·실업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K3리그는 주로 지자체 지원으로 운영된다. 구단별 1년 예산은 3억~7억원 정도다. K리그, N리그 구단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아주 적은 돈으로 구단 창단과 리그 참여가 가능하다. 또 인창수 서울이랜드 수석코치(전 포천 감독), 김종부 경남FC 감독(전 화성 감독). 이도영 성남FC 수석코치(전 화성 감독) 등 지금 프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도자들도 한 때 K3리그 감독이었다. 노철종 김포시민축구단 사무국장은 “K3리그는 어느 누구에게나 모든 게 열린 리그”라고 말했다.

올해 K3리그에서 뛰는 국내 선수는 675명이다. 그 중 100명이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출신이며 91명은 지난해까지 N리그에서 뛰었다. 이들 중 100명 안팎은 공익근무요원이다. 20대 중·후반 입대를 앞둔 프로, 실업 선수들이 선수 생명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다시 직업 선수로 되돌아 갈 수 있게 해준다. 고교, 대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초반 선수도 많다. 축구 선수로 성공해보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밑바닥에서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곳, 그게 바로 K3리그다. K3리그 모토인 ‘도전을 향한 열정’과 들어맞는다.

지난 2월26일 이충레포츠공원에서 열린 평택시민축구단-부여FC전에 많은 팬들이 몰려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선수들은 대부분 기본급을 받지 못하고 출전수당, 승리수당 등만 받는다. 구단의 열악한 재정 때문이다. 이들이 평균 받는 연봉은 1000만원 정도다. 대부분 다른 일을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공을 찬다. 올해부터 권고사항이지만 팀 내 5명까지 기본급을 줄 수 있다. 기본급을 줘야 그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이적료를 받는다.

K3리그 모범적인 구단은 화성, 김포, 시흥, 포천이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게 바로 K3리그가 각양각색인 이유다.

화성시민축구단은 프로급 시설과 환경을 자랑한다. 3만6000석의 운동장을 갖추고 K3구단 정상급 예산을 운용, 선수단에 숙소 및 식사를 제공한다. 또 ‘화성에서 온 TV’를 통해 인터넷 실시간 중계까지 한다.

김포시민축구단은 지자체, 관내기업과 협조가 잘 된다. 노철종 김포시민축구단 사무국장은 “지자체가 축구단에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뭔가 먼저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과거 굽네치킨, 현재 선진운수 등 지역 기업들이 현물과 현금으로 구단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축구장을 동네 잔칫집으로 만든 김포는 2015, 2016년 최다 관중상을 받았다.

시흥시민축구단 선수가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축구로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흥시민축구단 제공

시흥시민축구단은 지역민에 적극적으로 다가선다. 경기 당일 막걸리 존, 생맥주 존을 무료로 운영하고 하프타임 때도 지역 학생들의 경연과 팬들이 참여하는 게임도 이뤄진다. 축구단이 지역 어린이 운동회, 지역 왕중왕전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다문화 학생 장학금 수여, 축구단 재능기부, 장애인 체육수업도 한다. 또 K3리그 구단으로는 유일하게 12·15·18세 유소년팀을 운영한다. 또 지난해 스페인 감독을 창단 감독으로 고용한 데 이어 올해는 브라질 지도자를 사령탑에 앉히는 등 구단 행정도 프로와 닮았다. 권태우 시흥시민축구단팀장은 “지자제가 선수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보수, 근무환경도 개선해주고 있다”며 “다른 구단 선수들에 비해 우리 선수들의 생활이 안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포천시민축구단은 저비용, 고효율 구단이다. 코칭스태프는 감독 한 명뿐이고 프런트도 2008년 부임한 이광덕 본부장 한 명이다. 올해 예산은 3억원이 조금 넘는다. 이 본부장은 “감독과 내가 1인 다역을 위해 몸으로 때운다”고 말했다. 그래도 포천은 지난해 리그 2연패를 달성하는 등 역대 5차례 우승한 최강팀이다. 이 본부장은 “K3구단을 창단하려면 비용 등에 앞서 어떤 색깔을 가진 구단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해야 한다”며 “철학과 색깔이 확고한 구단만이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역 어린이들이 시흥시육상경기장 앞에서 축구 경기를 관전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흥시민축구단 제공

K3리그는 한국축구계 무관심 속에 스스로 조금씩 발전해왔다. 밑바닥 리그라고 해서 패배의식, 무기력, 열등감에 젖지 않았다. 조금씩 리그 수준과 질을 개선시키는 노력 속에 어느새 그럴 듯한 모양새가 갖춰졌다. 올해 K3리그는 상하위리그 분리 운영 및 자체 승강제 실시, 아시아축구연맹(AFC) A급 지도자 2명 및 메디컬 트레이너 의무 고용 등을 이뤘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가고 있는 방향이 올바르기 때문에 발전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K3리그는 한국축구의 주춧돌이며 발전가능성이 무궁한 원석이다. 또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버텨주는 최후 저항선인 동시에 좀 더 큰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 밟고 가야하는 디딤돌이다.

한국에는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대한축구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남자 성인축구팀(학교팀 제외)이 51개에 불과하다. 광역시, 시, 군, 구 등 지자제가 250개를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 적은 팀수다. 대한축구협회에서 K3리그를 담당하는 오명일 대리는 “초기 투자비용이 적어 진입장벽이 낮고 선수들도 많아 팀을 꾸리고 운영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며 “K3리그가 조금 더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한다면 한국축구의 디비전 시스템 구축과 안정적 운영에 뿌리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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