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다르면, 대상을 다르게 불러 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을 ‘죽음의 조’에 빠뜨린 디에고 마라도나(57)도 그랬다.
아르헨티나의 살아있는 축구 전설 마라도나는 15일 수원아트리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 추첨식에 추첨자로 등장했다. 등장 만으로 청중을 흥분하게 만든 그였지만 이날은 각국의 이름을 독특하게 불러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선 익숙하지 않은 스페인식 발음이 객석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마라도나가 1번 포트 마지막 순서에서 미국을 ‘우사’(USA)라고 부른 것이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마라도나는 미국을 스펠링 그대로 읽는 실수를 저질렀다. 엄숙했던 객석에서 잠시나마 웃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FIFA 관계자는 “마라도나가 미국을 뜻하는 약자인 ‘유에스에이’를 순간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미국을 USA가 아닌 ‘Estados Unidos de America’로 표기하는데, 약자가 다르다보니 미국인 줄 몰랐다는 얘기다.
마라도나의 독특한 발음은 또 다른 죽음의 조인 D조에 일본(Japan)을 호명할 때도 눈에 띄었다. 마라도나는 일본을 스페인식인 ‘하폰’이라 불렀다. 그는 자신이 일본을 호명한 뒤 객석에서 또 다시 웃음 소리가 들리자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재팬”이라고 고쳐서 다시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