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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의 새 도전…이번엔 복장 아닌 지장

신태용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47)은 한국 축구에서 대표적인 복장(福將)으로 불린다. 그가 지도자로 누구에 못잖은 실력도 갖추고 있지만, 출전하는 대회마다 예측할 수 없는 행운이 따른 까닭이다. 예선부터 본선까지 대진과 판정 등에서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었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행운과 불운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올림픽이 끝난지 일년 만에 운명이 바뀌었다. 당시 복장으로 불렸던 신 감독은 오는 5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선 대회 개막 전부터 불운을 극복해야 할 처지다. 전날인 15일 수원에서 열린 대회 조 추첨에서 개최국의 잇점을 누리지 못한 채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기니 등과 한 조에 묶이는 ‘죽음의 조’에 빠진 것이다.

신태용 감독이 15일 수원 SK아트리움에서 열린 FIFA 20세이하 월드컵 코리아 2017 조추첨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03.15 / 수원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신 감독은 “이젠 팬들에게 복장이 아닌 지장(智將)의 면모를 보여줄 때”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분명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조 편성은 역대 최악의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남미 강호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아프리카 다크호스 기니까지 만만하게 볼 상대가 하나 없다. 신 감독 역시 조 추첨이 끝난 직후에는 “이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탄식했으나 “대회 규정을 따져보면 살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본인도 행운이 따랐다는 리우올림픽과 이번 월드컵을 예로 들었다. 리우올림픽 본선에선 최약체인 피지를 첫 경기에서 만나 7-0 대승을 거두면서 토너먼트 통과에 성공했다. 그런데 피지에 가려졌을 뿐, 멕시코와 독일이 조별리그 나머지 상대였다. 신 감독은 “당시에는 올림픽 조 1~2위만 본선에 올라갈 수 있었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1~2위와 함께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4팀이 16강 토너먼트에 올라간다. 어찌보면 이번 대회가 감독 역량에 따라 더 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장의 면모를 보여주려면 정보전이 가장 중요하다. 신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상대하는 세 팀의 성향과 선수 분석, 전술 파악 등을 위해 경기 영상을 구하는 것부터 서두르고 있다. 코칭스태프 및 정보분석관과 함께 단 하나의 약점이라도 찾아내겠다는 생각이다. 또 3월 25일부터 30일까지 수원과 전주, 제주 등에서 치러지는 4개국 친선대회에서 잠비아(아프리카), 온두라스(북중미), 에콰도르(남미) 등을 상대로 가상 조별리그를 치러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19일부터 백승호와 이승우(이상 바르셀로나) 등 해외파들까지 조기 소집해 조직력을 다진다. 신 감독은 “유럽팀도 만나보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이미 유럽팀들끼리 친선전을 다 짜놨더라”고 말했다. 그 아쉬움은 대회 개막 직전 출정식을 겸해 치르는 초청전 1~2경기에서 풀어낼 계획이다. 신 감독은 “팬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다.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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