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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투위 42주년 “박정희라는 미신이 무너졌다”···“하루만 더 편집국에 앉아 기사 쓰고 싶다”

“정의와 평화가 일상이 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옛 동아일보 사옥이었던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들과 동아방송 PD, 아나운서, 기술인들이 17일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를 결성해 박정희 독재와 맞서 싸운 원로 언론인들로 풍물놀이로 시작해 ‘동아투위 결성 4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현 시국에 대한 입장과 다짐을 밝혔다.

동아투위와 연대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박정희 정권 이래 지금까지 권력에 아부하거나 기생하면서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파괴하는 데 앞장선 부역자들을 낱낱이 가려내어 다양한 방법으로 심판대에 올릴 것을 굳게 다짐한다”고 말했다. 또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안광한 전 MBC 사장, 배석규 전 YTN 사장,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백종문 MBC 부사장 등을 ‘이명박근혜 정권 10대 언론 부역자’로 확인했다.

동아투위 김종철 위원장은 “독재 정권에 의해 강제로 쫓겨난 이후 동아일보사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한 지 벌써 42년”이라며 “지난 세월 동안 우리가 오로지 원했던 것은 자유 언론 실천, 나라의 민주화와 조국의 통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위원장은 또 “2012년 대선에서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당선됐을 때 그때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촛불혁명 시민들이 박근혜를 탄핵하면서 신유신체제가 청산되고 있다. 박정희라는 미신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김종철 위원장은 “50여 일도 남지 않은 대선 그 이후는 독재도 언론 탄압도 없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을 단죄할 수 있었던 것은 42년 전 용감하게 일어섰던 언론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이부영 동북아평화연대 명예 이사장, 정동익 전 동아투위 위원장, 김동현·박종만·이종욱 위원 등 동아투위 위원들과 이철 민청학련 계승사업회 공동대표, 이해동 목사, 현이섭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김환균 전국언론노조위원장, 박성제·박성호 MBC 해직기자 등 5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은 유신독대 정권의 검열을 거부하고 간섭을 배제하는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박정희의 유신독재 정권은 이를 누르기 위해 광고사들에 대한 압박에 나섰고 동아일보는 광고를 백지로 내게 됐다. 하지만 사주는 결국 정권에 굴복해 1975년 3월 17일 사옥에서 농성 중이던 160여명의 사원들을 물리적 폭력을 사용해 회사 밖으로 내몰았다.

이후 동아일보 출신 언론인 113명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를 결성해 독재체제와의 싸움에 나섰다.

그로부터 4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민주화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역사 후퇴 시도가 있었고 동아투위 위원 113명 가운데 26명이 세상을 떠났다.

긴 세월이 지났지만 사원증도 못 챙기고 정식 해임절차도 없이 강제해직을 당한 동아투위 위원들은 매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복직과 사측의 지심어린 사과를 요구해왔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한 동아투위 위원은 “하루만 더 편집국에 앉아 기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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