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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희망이 보인다…韓아이스하키, 러시아에 3-4 석패

한국 아이스하키가 러시아와 처음으로 맞붙은 18일 강릉하키센터. 경기 종료를 알리는 부저가 울리자 관중석에선 함성이 쏟아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개장 첫 경기로 열린 이날 친선 경기에서 한국이 러시아에 3-4로 석패한 까닭이다. 넘을 수 없는 벽으로만 여겼던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 랭킹 2위 러시아를 상대로 투혼을 발휘하면서 평창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확인한 날이었다. 백지선 한국 감독(50·미국명 짐 팩)은 “러시아와 같은 강호를 상대로 이런 환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고 활짝 웃었다.

■대패 걱정했던 한국의 선전

한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1점차 승부를 벌일 것이라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북미아이스하키리(NHL) 선수들과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KHL)의 스타 선수들은 빠졌지만, 전원이 KHL에서 뛰고 있어 실력차는 부인할 수 없었다. 한국 선수들도 경기를 앞두고 “팬들이 실망하는 경기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껏 한국이 상대했던 팀들과 비교해 개인기에서 차원이 다른 러시아에 퍽 소유권을 내준 채 고전했다. 상대의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실수가 잦은 게 원인이었다. 결국 한국은 첫 피리어드에서만 2골을 내주며 0-2로 끌려갔다. 그 흐름은 한국이 2피리어드 10분9초에 키릴 세미노프(노보쿠즈네크)에게 파워 플레이로 실점하는 순간 절정에 달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그런데 한국은 3피리어드에서 거짓말 같은 추격전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추격의 깃발은 안진휘(안양 한라)가 높이 들었다. 안진휘가 3피리어드 시작 40초 만에 러시아 골대 왼쪽 구석을 찌르는 예리한 슈팅으로 만회골을 뽑아낸 것이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3피리어드 13분18초에 김기성-김상욱 형제(이상 안양 한라)가 상대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추가골로 연결해 한 골차로 따라 붙었다. 다시 러시아에 한 골을 내줬지만 경기 종료 3분8초를 남기고 에릭 리건(안양 한라)의 장거리 리스트샷으로 다시 살얼음판 승부를 만들며 관중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평창까지 남은 1년…강팀과의 경기는 숙제

남은 시간이 부족해 승패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골리 달튼을 빼고 추가 공격수를 투입하며 러시아를 몰아붙이는 장면은 놀랍기만 했다. 한국이 앞으로의 노력에 따라 평창올림픽 본선에서도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 충분히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순간이다.

안진휘는 경기가 끝난 뒤 “러시아와 경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꿈만 같았는데, 대등하게 싸웠다니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고, 달튼은 “나도 이런 결과는 놀랍다. 오늘 경기로 평창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적장인 올레그 브라타쉬 러시아 감독도 한국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러시아가 유망주 위주로 원정 선수단을 짰다지만, 아슬아슬한 결과는 예상치 못한 듯 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 랭킹 23위가 맞느냐’고 확인한 뒤 “발전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 생각한다”며 “특히 팀웍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백지선 감독도 “오늘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가 자랑스러웠다”며 “실수만 조금 더 줄이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월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일본을 꺾고 은메달을 따낸 한국은 이제 평창올림픽을 향해 나아간다. 앞으로 한국에 필요한 것은 러시아와 같은 톱클래스 팀들과의 경험이다. 한국은 평창올림픽 본선에서 캐나다(1위)와 체코(5위), 스위스(7위) 등과 부딪치며 조별리그 통과를 다퉈야 한다. 평창올림픽 본선에서 만날 상대들과 간격을 좁히려면 강팀들과의 경기가 더욱 필요하다. 백지선 감독은 “우리는 경험이 더 필요하다. 톱레벨 팀과 더 부딪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우리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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