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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딥젠고’, 인간 세계대회 첫 출전…박정환 등과 한판 승부

박정환 9단

“멋진 상대들과 멋진 승부를 벌이겠다.”

초절정의 인간 고수들과 인공지능(AI)이 동등한 자격으로 어우러져 한판 승부를 벌이는, 인간 대 AI의 본격적인 ‘지략 전투’가 벌어진다. 21일부터 23일까지 치러지는 ‘월드바둑챔피언십’이다.

일본 관서기원 총본부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는 한·중·일의 절대고수와 ‘일본판 알파고’로 불리는 AI ‘딥젠고’가 출전한다. 인간과 AI가 한데 어우러져 일도 하고 경쟁도 하는 미래사회의 한 단면을 미리 보여주는 듯한 승부다. 인간이 참가하는 세계바둑대회에 AI가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이벤트성 대회가 아니다. 우승상금 3000만엔(약 3억원)과 준우승상금 1000만엔(3·4위 500만엔) 등 규모만 놓고 보면 일반 매머드급 세계대회 수준이다. 출전자 명단도 화려하다.

일본 6관왕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야마 유타 9단과 중국랭킹 2위 미위팅 9단, 그리고 이들을 잠재우기 위해 대한해협을 건너는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인간대표다. 비록 중국의 1인자 커제 9단이 빠지기는 했지만, 이들 3총사라면 바둑에 관한 한 ‘인류 최강그룹’이라 부를 만하다. 이들이 ‘딥젠고’와 풀리그를 벌여 우승을 다툰다. 동률이 나오면 플레이오프를 벌여 최종 챔피언을 가린다. 대진은 20일 오후 6시 더 리츠칼튼 오사카에서 열리는 전야제 때 결정된다.

딥젠고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는 ‘알파고’에 이어 AI계 2인자로 통하는 ‘딥젠고’에게까지 인간들이 무릎을 꿇을지 여부다. ‘딥젠고’는 지난해 11월 조치훈 9단과 3번기를 벌여 1승2패로 패퇴했다. 인터넷상에서 ‘딥젠고’와 대국을 벌였거나 관전한 국내 프로기사들 중 상당수도 “아직 멀었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딥젠고’는 지난해 12월29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국내 인터넷 대국사이트에서 공개 대국을 벌여 1316승306패(승률 81.1%)의 호성적을 올렸다. 프로들과도 615승240패(71.9%)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2015년 10월 판후이 2단을 상대한 ‘알파고’가 4개월 후 이세돌 9단을 만났을 때 비약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였듯이, ‘딥젠고’의 실력도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했을 게 뻔하다.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박정환 9단도 ‘딥젠고’를 단단히 경계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인터넷에서 ‘딥젠고’와 겨뤄 3승1패의 성적을 거뒀는데, 이번 대회에는 업그레이드된 ‘녀석’이 출전한다고 들었다”며 “5 대 5의 승부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딥젠고’가 ‘알파고’만큼 강하지는 않은 듯하다. 초반에 포석을 잘 짜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며 “멋진 기보를 남기고, 좋은 소식을 국내 바둑팬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박9단은 이야마 유타 9단과는 2승2패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미위팅 9단에게 4승2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서 있다. 따라서 ‘딥젠고’만 잡으면 우승고지에 성큼 다가설 전망이다.

한편 대회 최종일인 24일 오후 2시부터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목진석 9단과 하호정 4단이 바둑팬을 대상으로 공개해설회를 갖는다. 또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는 개막1국(해설 강동윤 9단)부터 인터넷으로 수순을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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