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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두차례 모두 패했지만…평창 희망 확인한 아이스하키

한국 아이스하키가 러시아와 처음 맞붙은 지난 18일 강릉하키센터.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 관중석에선 갈채가 쏟아졌다. 넘을 수 없는 벽으로만 여겨진 세계적인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 막판 3골을 몰아치며 3-4까지 추격했기 때문이다. 백지선 한국대표팀 감독은 “러시아를 상대로 이런 환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은 다음날 2차전에서는 2피리어드 한때 2-1로 앞섰지만 체력과 기동력이 떨어지면서 2-5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랭킹 23위에 불과한 반면 러시아는 세계 2위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은 대회를 1년 앞두고 세계 강호를 초빙해 강릉하키센터 개장경기를 치렀다. 러시아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과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의 스타 선수들이 모두 빠졌지만, 전원이 KHL 풀타임리거로 구성됐다. KHL은 세계 최고리그인 NHL 다음으로 수준이 높은 리그다.

한국 조민호(왼쪽)가 18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퍽을 다투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한국은 참패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은 달리 선전했다. 1차전에서 한국은 0-3으로 뒤진 3피리어드 시작 40초 만에 안진휘(안양 한라)의 예리한 슈팅으로 첫 골을 뽑았다. 골리 맷 달튼(안양 한라)을 빼고 추가 공격수를 투입하는 강수를 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2차전에서는 초반부터 러시아를 몰아붙였고 2-1로 앞서는 골도 넣었다.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진 데다 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달튼이 교체아웃되면서 기술이 좋은 러시아에게 내리 실점한 게 안타까웠다.

안진휘는 “러시아와 경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꿈만 같았는데, 대등하게 싸웠다니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안진휘는 2차전에서도 골을 넣어 한국의 베스트 플레이어로 선정됐다. 달튼도 “이번 평가전으로 계기로 평창올림픽에서 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적장인 올레그 브라타쉬 러시아 감독도 “한국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팀”이라며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꺾고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따낸 한국은 두 차례 러시아와 평가전을 치르면서 아이스하키 강국에 대한 적응력을 높였다. 이번 평가전에서 부상 등 이유로 빠진 귀화 선수 마이클 스위프트, 마이크 테스트위드, 브라이언 영이 가세하면 한국의 전력은 더욱 좋아진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캐나다(1위), 체코(5위), 스위스(7위)와 같은 조에 속해 있다. 객관적으로는 1승도 버거운 상대다. 백지선 감독은 “강호들을 상대하려면 실수를 줄이고, 골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며 “강한 팀들과 자주 싸우면서 경험을 쌓는다면 미래는 더욱 밝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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