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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옹박’ ‘쌍칼아저씨’ 개그맨 조지훈, 그가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까닭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조지훈”이라는 이름을 쳐보자. 그러면 일제강점기 당시 ‘청록파’로 불리며 ‘승무’로 유명한 시인 조지훈이 있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오랫동안 응원단장을 했던 조지훈이 있다. 그 사이에 있는 개그맨 조지훈. 그런데 얼굴만 봐서는 언뜻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유행어를 언급하면 어떨까. “열라 뽕따이!” “왕년에 내가 어마어마했거든~” “이뻐~” 등을 듣고 기억이 나는 얼굴, 그가 바로 조지훈이다.

2013년 5월 ‘애니뭘’ 코너를 마지막으로 <개그콘서트>에서 모습을 감춘 그는 교육사업, 공연 무대 등 방송과는 결이 다른 무대를 누비다 지난해 11월 힙합 프로듀서 ‘다이너마이트’와 함께 2인조 그룹 ‘우리오빠’를 결성했다. 지난해 처음 냈던 노래 제목이 ‘오빠당’, 그리고 지난 8일 낸 두 번째 노래 제목이 ‘오빠랑’. 그는 방탄소년단, 여자친구, B.A.P 등 아이돌그룹에 못지않은 연작 시리즈로 과감하게 가요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왜 그는 가수로 변신했을까.

힙합 프로듀서 다이너마이트와 함께 듀오 ‘우리오빠’를 결성해 지난 8일 신곡 ‘오빠랑’을 낸 개그맨 조지훈.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지난해 11월 나온 노래는 ‘오빠당’, 지난 8일 나온 노래는 ‘오빠랑’이고요. 앞으로 호응과는 상관없이 ‘오빠는’을 또 낼 예정이에요. 가요계에 그런 앨범들이 있잖아요. ‘월간 윤종신’ ‘월세 유세윤’처럼 정기적으로 내는 앨범들요. 아무리 바쁘더라도 분기별로는 한 번씩 앨범을 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서 발매한 ‘오빠당’은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박자는 스카 장르에서 따왔고, 네 단락의 노래가 반복되는 구조는 힙합의 기본 틀’이다. 하지만 창법이나 멜로디는 구수해서 전형적인 트로트의 느낌이 난다. 그는 “종합적으로 보면 ‘펜타토닉 스케일(Pentatonic Scale·5음 음계, 대표적으로 스코틀랜드 민요에서 많이 쓰임)’”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올해는 시기가 어찌됐든 대선이 있는 한 해잖아요. 어쨌든지 누가 쓰시면 좋을 것 같아 ‘오빠당’으로 지었어요. 내용은 마음에 드는 여자와 잘 되어보기 위해 안심을 시키는 내용이죠. 그러다가 ‘오빠랑’의 가사처럼 ‘오빠랑 어디든지 가자’고 손을 잡고 나서는 내용입니다.”

조지훈은 과거 힙합 랩퍼로 활동했던 다이너마이트와 듀엣 ‘우리오빠’를 결성했다. 원래는 ‘아는 오빠’로 지을 예정이었지만 실제 그 이름을 쓰는 팀이 있어 포기했다. ‘우리오빠’는 철저하게 분업을 추구한다. 노래는 다이너마이트가 전담하고 조지훈은 부르기만 부른다. 행사가 생길 때도 고수익이 예상되면 둘이 함께 가고, 나눠 먹을 수익이 없겠다 싶으면 과감하게 따로 활동한다. 두 사람은 활동이 없으면 각자의 생업을 따로 운영하는 철저한 분업 체제를 구축했다.

힙합 프로듀서 다이너마이트와 함께 듀오 ‘우리오빠’를 결성해 지난 8일 신곡 ‘오빠랑’을 낸 개그맨 조지훈.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음원 차트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나름 반응은 굉장해요. 다이너마이트에게 곡을 달라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조만간 유명한 아나운서 출신 가수 분에게도 곡이 갈 거라고 들었어요.”

조지훈의 가수 도전은 뜬금없는 듯하지만 그는 데뷔 때부터 일관적으로 음악과 관련한 행보를 해왔다. 2011년 ‘사마귀 유치원’의 ‘쌍칼 아저씨’로 이름을 알렸을 때도 유행어를 모은 캐럴을 내기도 했다. 요즘 그는 주중에는 앨범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금요일에서부터 주말까지는 부산 경성대 옆 윤형빈소극장에서 <19금 개그쇼> 무대를 꾸린다.

“개그와 가수 활동이 영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저는 계속 음악과 관련한 개그를 해왔어요. 이번 활동도 그런 방향의 하나인 거죠. 제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스스로 웃음을 주는 제 사명을 잊은 건 아닙니다.”

17살부터 밴드를 시작해 학교도 검정고시로 졸업한 조지훈은 음악으로 성공하리라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거듭된 생활고에 시작한 음악다방 DJ가 그에게 새로운 빛이 됐다. 음악을 틀면서 간간히 섞는 유머가 대중에 통했고 이를 계기로 각종 축제, 행사 MC로 활약했다. 그리고는 대학로에서 개그 연기를 보고 감화를 받아 공채를 준비 2005년 KBS 20기로 윤형빈, 정경미, 김재욱, 유민상, 신봉선 등과 함께 데뷔했다.

개그맨 조지훈과 힙합 프로듀서 다이너마이트가 결성한 듀오 ‘우리오빠’의 신곡 ‘오빠랑’ 재킷. 사진 마이크엔터테인먼트

그가 보여준 연기는 강한 인상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 연기였다. 선배 정종철의 추천으로 태국영화 <옹박>의 주인공 토니 자를 흉내 내 관심을 받았고, 이후에는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왕년해’ 캐릭터를 연기했다. 역시 ‘사마귀 유치원’에서는 어린이 구연동화에 ‘19금’요소를 슬쩍 섞어 그만의 ‘성인용 동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에게는 무대에서 성공해 부귀영화를 얻고 싶은 생각은 그다지 없었다. 오히려 방송 밖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는 일이 더 좋았다. 지금은 <개그콘서트>에 돌아가고 싶어도 당장 무대가 절실한 후배들이 더욱 많다. 그는 당분간 이렇게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생각이다.

“방송에 대한 갈증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 무대가 너무 좋고, 방송에 대한 욕심이 없어요. 사실 요즘 공개 코미디가 다 힘들잖아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가도 후배들의 밥그릇을 뺏을 것 같다는 생각에 주저하게 되죠. 개그맨이 딱히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활동 분야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전 ‘컬투’가 공연에서 호응을 얻어 거꾸로 방송에 진출을 했잖아요. 음악 개그는 저만의 그런 개그인 거죠.”

그는 ‘우리오빠’로 언젠가 ‘오빠’ 시리즈의 연작 ‘오빠는’의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음색과 성량이 좋은 그가 뿜어내는 노래가 웃긴 것 같으면서도 단단하다. 트로트는 중장년 층 이상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있지만 조지훈의 노래는 의외로 젊다. 개그맨으로 데뷔한지 이제 12년, 그는 꾸준한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저는 ‘많이 들어주세요’하고 구걸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여러분은 제 노래를 듣게 되실 거니까요. 재미있으니까, 웃기니까 사랑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통해 많은 웃음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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