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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여배우 이청아 “내게만 관심있는 나…인간관계 좁다”

영화 <주온>을 보고 1년간 후회했던 영화배우 이청아가, 심리공포 영화 <해빙>을 본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여운을 1년 정도는 남길 수 있을까? “음산한 물소리의 공포감이 1주일간 뼈 속을 아려와도 부들부들 떨면서 이 영화에 빠져들었다”는 그녀의 고백은, 출연작이기에 이기적으로 후하게 점수를 매긴 것은 아닐까? 섹시한 몸매에 뇌까지 섹시한 ‘뇌섹녀’ 이청아 영화학과 ‘특임 교수’의 ‘해빙학 개론’ 특강이 얼마 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야외수업으로 진행됐다. 그녀는 열강하고, 나는 열공하고….

영화 <해빙>에 출연한 배우 이청아가 2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이청아의 미스터리 스릴러 특강은 영화 <해빙>에 앞서 연극 무대서 출발했다. 그녀의 연극무대 첫도전작인 <꽃의 비밀> 역시 살인이 모티프가 된 작품이다. 한마디로 ‘죽이는’ 작품에 연달아 출연한 그녀는 “힘들게 봤는 데, 자꾸 생각나는 게 ‘좋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고통이 수반되는 ‘마조히즘’적 충격을 원포인트 레슨 제1주제어로 선택했다.

“<해빙>은 공간을 봐야해요. 승훈(조진웅)의 집엔 풀지 않은 짐이 그대로죠. 그 사람이 없어져도 문제될 게 없어요. 침실은 너무 작아 덩치 큰 승훈이 끼어 있는 듯 하죠. 보기만해도 갑갑해요. 천정을 이고 있다고나 할까. 이혼한 승훈의 상황을 읽을 수 있죠. 공간에서 은연 중 배어 나와요.”

그녀의 한마디한마디는 배우를 좇아 좌충우돌할 수 밖에 없는 관객의 시선을 틀어, 스크린의 여백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그렇게 공간의 기호를 통해서도 주제를 웅변하고 있던 셈이다.

영화 <해빙>에 출연한 배우 이청아가 2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해빙>을 연기한 미연에 대해, 그녀를 연기한 이청아는 “미연은 왜 저렇게 살까? 명품 백보다 어학연수 가는 게 낫지 않을까?”란 궁금증은 생겼다고. 이어 “‘꿈’이 있는 이청아와 ‘꿈’이 없는 미연의 차이다. 난 배우 생활을 더이상 되돌릴 수 없을 때 더 깊이 파고 들었고, 미연은 그저 꾸준히 프로포폴을 빼돌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교수’ 이청아의 은밀한 매력은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 <해빙>에 출연한 배우 이청아가 2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 여배우의 은밀한 캐스팅

이청아는 어떻게 여배우로 단련됐을 까? <해빙>은 눈 녹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듯, ‘해답’은 방정식 풀려 자연스레 나온다.

“시나리오를 열심히 읽는 편이에요. 초견도 적어 놓죠. 연기가 안풀릴 때면, 그것을 다시 들춰봐요. 간호조무사 미연을 연기할 때, 수간호사인 지숙(윤다경)을 어찌 대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처음 봤던 시나리오에 ‘개무시’라고 써놨더라고요. 미연은 승훈이외에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으니까요.”

이청아는 “연기를 통해 나라는 재료가 이렇게 요리된다”며 오늘도 스스로의 레시피를 늘려가고 있다. 그녀가 연기에 집착한 것은 자신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한다. 이청아는 “난 내게만 관심이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 4명 이상 나오면 맥을 못춘다”며 “인간관계가 좁더라. 6명 이상 같이 있어본 적이 없다”며 뒤돌아보지 않고, 연기에 ‘올인’했다. 원포인트 레슨 제2주제어는 ‘주제 파악’이다.

<해빙>의 이수연 감독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청아는 “감독님과 10분을 얘기했는 데, 얘기가 겉돌았다”며 “감독이 날 원한 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이 감독은 “(마뜩잖았지만)얼굴 한번 보고, 곱게 보내드리려 했다”고 고백했다. 미연은 이청아 것이 아니었다. 그 앞에서 이청아는 미연에 대해 말했고, “신인 때보다 노력을 덜 하지 않는다. 연기할 때 혼나더라도 영화관에서 뿌듯한 게 더 좋다”며 따지듯 말했다. 결국 그 열정에 ‘미연’을 낚아챌 수 있었다. 그 자신감 역시 ‘주제 파악’ 중 하나다.

영화 <해빙>에 출연한 배우 이청아가 2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 이청아의 은밀한 고백

이청아에게 2004년작 영화 <늑대의 유혹>은 동전의 양면이 됐다. 인기를 얻었고 불편을 느꼈다. ‘자고나니 스타가 된’ 그녀는 “세상 진지했고 ‘교조적’이었다”며 “유명세 탓에 사진 찍는 것도 싫었고, 만나는 사람들을 미안하게 만들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때와는 달리 이제, 이청아는 “불편한 것은 누구에게나 상대적이고, ‘능구렁이’도 됐다”고 말했다.

당시 ‘질풍노도’에 대한 처방전은 부모님으로부터 나왔다. 이청아는 “연극연영과 학생 이청아가 <늑대의 유혹>의 정한경이 되고나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부모님은 혼란스러워 하는 날 보고 활동 중단을 택했다”며 “1년간 작품을 쉬었다. 배우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다”고 말했다. 원포인트 레슨 제3주제어는 ‘초심’이다.

이청아는 이후 예능과 MC로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속에서 배우의 길을 확실히 깨달았다. 이청아는 “배우는 ‘사이’를 견뎌야 한다. MC는 ‘사이’를 채워야 한다”며 “그게 습관이 되면 계속 말을 한다. 가짜 연기를 하는 그런 느낌이다”고 밝혔다. 경험을 노련함으로 활용치 않고, 분석해 가려내는 판단력이 뛰어나다. 100%가 아니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도 과감히 망치로 내려치는 도공처럼, 이청아는 ‘늑대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여배우의 도도함을 간직한 채로.

영화 <해빙>에 출연한 배우 이청아가 2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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