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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이정협과 예비 신데렐라 허용준의 어색한 만남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정협(왼쪽)과 허용준이 20일 중국 출국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김세훈 기자

“내 코가 석자다. 내 그릇이 작은데 무슨 조언을 하겠나.”(부산 아이파크 이정협)

“원래 긴장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냥 즐기겠다.”(전남 드래곤즈 허용준)

신데렐라와 예비 신데렐라의 만남은 어색했다. 성공한 경험이 있는 신데렐라는 오히려 몸을 낮췄고 깜짝 데뷔를 꿈꾸는 예비 신데렐라는 당찼다.

슈틸리케호 황태자 중 한 명인 이정협(26)과 이번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허용준(24)은 20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출국해 중국 후난성 창사에 도착했다. 19일 열린 프로축구에 출전하느라 둘은 하루 먼저 떠난 본진과 함께하지 못하고 이날 합류했다.

이정협은 19일 프로축구 챌린지(2부) 경남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넣어 최근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이정협은 “골을 넣고 대표팀에 들어가니까 마음이 편하다”며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허용준은 국가대표팀 새내기다. 태극마크는 청소년대표팀 시절 잠시 달아본 게 전부다.

이정협은 허용준에게 해줄 조언이 있느냐는 말에 “내 코가 석자”라며 “저도 붙박이 주전이 아닌데 무슨 조언을 하겠느냐”며 몸을 낮췄다. 둘은 이번에 처음 인사한 사이다. 허용준은 “고교 선배인 지동원 선배로부터 축하인사와 함께 잘 챙겨주겠다는 말을 전화로 들었다”며 “10분을 뛰어도 팀에 도움이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23일 오후 8시35분(한국시간) 창사에서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중국전을 치른다. 경기장은 허룽 스타디움으로 5만5000석 규모다. 붉은빛으로 물들인 중국팬들이 만석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정협은 “2015년 중국 우한에서 중국과 동아시안컵을 치러 2-0으로 이겨봤다”며 “그 때도 빨간색으로 물들인 팬들이 우리 붉은악마 응원단이려니 생각하며 위축되지 않고 뛰었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이어 “부산 조진호 감독님이 4경기 연속골을 넣고 오라고 하셨다”며 “우리가 중국보다 전력에서 앞선다. 결국 중국전 승부는 우리가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달렸다”고 자신했다.

고려대 출신 허용준은 “고연전에서도 골을 많이 넣는 등 큰 경기가 주는 압박감을 즐기는 스타일”이라며 “5만5000석이 중국 팬들로 들어차도 내 스타일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충분히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둘은 비행기 안에서 나란히 앉아 3시간40분 동안 함께 했다. 이들과 함께 창사로 동행한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장은 “처음에는 어색해 했는데 나중에는 말도 자주 하는 등 많이 친해졌다”며 “둘 모두 공격수인 만큼 그라운드에서도 좋은 협력 플레이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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