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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의 창사 메일] 축구와 정치는 별개지만…일단 몸조심·입조심

오는 23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을 취재하기 위해 20일 도착한 중국 창사는 과거와 다름없이 조용하고 고요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예선 한국-중국전(한국 2-0 승)이후 13년 만의 방문이다. 그 때에 비해 창사는 고층건물이 많이 들어서 도시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이번 한국-중국 맞대결은 월드컵 진출권을 다투는 중요한 경기다. 동시에 한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결정한 뒤 열리면서 긴장감이 더 고조될 환경도 조성됐다. 국내 일부 언론은 ‘사드 매치’라고도 표현했다.

축구대표팀 숙소인 켐핀스키호텔 앞에는 20일 대표팀 버스와 중국 경찰차(오른쪽)가 나란히 주차돼 있다. 김세훈 기자

한국은 현재 A조 3승1무1패, 승점 10으로 조 2위다. 반면 중국은 2무3패로 6팀 중 최하위다. 중국 언론은 “중국축구 희망의 땅인 창사에서 한국을 꺾고 분위기를 바꿔보자”고 독려하고 있다. 아직까지 축구와 사드를 연결시키는 문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 이재철 홍보과장은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왜 한국에서 이번 경기와 사드를 연관시키는 보도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창사가 불안하다는 느낌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일단 양측 모두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다. 중국 공안은 혹시 모를 불상사를 걱정해 한국 취재단에게 안전요원이 배치된 호텔로 숙소를 옮길 것을 권고했다. 한국대표팀이 모인 숙소에 공안 요원도 집중배치했다. 양국 관계가 민감한 때 민족주의·국가주의가 근간인 축구 경기가 열리는 만큼 조금 더 조심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지금 중국에서 롯데는 영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가 사드 부지를 한국 정부에 제공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 동시에 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방문객도 크게 줄었다. 한국 가수의 중국내 콘서트가 취소되기도 했고 한류 드라마와 광고 방영도 크게 줄었다. 중국 정부는 겉으로는 사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지만 현재 상황은 사드 보복조치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중국기자 50여명이 축구대표팀이 훈련중인 허난런민운동장에는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세훈 기자

한국-중국전이 임박하면 긴장감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경시 장소인 허롱 스타디움에는 5만명 이상 중국인들이 몰려 일방적인 응원을 펼칠 게 분명하다. 만일 중국이 패한다면 거듭된 졸전에 대한 중국팬들의 거센 불만이 한국 대표팀, 응원단, 취재진에게 쏟아질 수도 있다. 축구는 굳이 정치적인 악연이 없어도 가끔 양쪽 팬들의 심리적인, 때로는 물리적인 충돌을 초래하기도 했다.

창사에서도 일단 몸조심, 말조심을 해서 잃을 게 없다. 한국 취재진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행동을 조심하자는 분위기다. 대표팀 공격수 지동원도 “축구와 정치를 연관시키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선수들부터 말을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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