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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재심’은 떠났지만 배우 김영재는 남았다

“하늘의 무수한 별 중 제 별이 하나 있는 거죠. 저 같은 배우도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얼마 전 ‘스포츠경향’ 본사에서 만난 배우 김영재는 하늘의 무수한 별 중 하나처럼 첫눈에 확 띄진 않지만 묵묵하게 제 역할을 해온 배우였다. 연극배우 시절을 거쳐 영화 <스물넷>(2001)의 웨이터, <해안선>(2002)의 의무병, <완득이>(2011)의 서커스단 멤버, <오빠생각> (2016)의 동구 아빠, 그리고 <재심>(2017)의 이중적인 검사까지. 그는 데뷔 후 17년 동안 단역·조연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가 어떤 배우인지 새삼 궁금해졌다.

영화 <재심>에 출연한 배우 김영재가 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재심>에서 입체적인 악역으로 변신한 이유는?

“평소 감독들에게 ‘네 안의 욕망을 끄집어내고 싶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어요. 생각해보면 현실 속 악인이 우락부락하게 생긴 건 아니거든요. 김태윤 감독이 최영재 검사는 평범한 얼굴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캐스팅이 됐어요. <또 하나의 약속>(2013)에서 맡은 인사과장도 같은 맥락이었죠. 생각해보면 평탄한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네요. 감독들이 제 안의 양면성을 간파하셨나봐요. 어떤 역이든 이중적인 성격의 역할을 주시더라고요.”

최영재 검사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나?

“원래는 매우 전형적인 악역이었어요. 골프장 신에서 “고생했어. 넌 이제 내 편이야”라는 대사를 했는데 감독이 “너는 금수저야. 아무도 못 건드려”라며 너무 평면적이라고 지적했어요. 그 대사가 가소롭다는 듯 냉소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톤을 바꿨죠. 저만의 악역을 만들기 위해 수원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법원을 들락거렸어요. 일상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설정한 것도 도움이 됐죠.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인물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영화 <재심>에 출연한 배우 김영재가 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김태윤 감독과 <또 하나의 약속>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저는 연기로 이야기하는 게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제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왔고 역할에 충실했죠. 그뿐이예요. <재심>과 <또 하나의 약속> 둘 다 사회적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배우로서 꼭 하고 싶었어요.”

영화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지목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감독이 굉장히 유머러스한 사람이예요. 그래서 정치적인 성향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재심>은 시나리오가 능글맞았고, 배우로서 갖고 놀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 매력 있었어요. 사회적 외압이나 그런 건 나중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못된 건 못 됐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라고 말하는 정정당당한 나라가 돼야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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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요. 고사날 뵀는데 긴장되고 떨려서 한마디도 못했어요. 존경하는 선배님이라 이번에 작품하면서 행복할 것 같아요. 같이 연기하는 씬들이 많거든요. 제가 18년 차인데 첫 촬영때 떨 것 같아요. 서로의 아드레날린이 치솟을 게 기대돼요.”

영화 <재심>에 출연한 배우 김영재가 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배우로서 바라는 것은?

이순재 선생님처럼 은퇴없이 계속 연기하는 거예요. 일을 계속 하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을 하다보면 어마어마한 내공이 쌓이겠죠? 관객과 제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화려하고 멋있지 않아도 일상성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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