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혁(24·KIA)은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올해는 절대로 오버페이스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거의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힘을 쏟다가 개막 전이나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해 시즌을 제대로 뛸 수 없었던 데 대한 아쉬움을 올해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자신도 모르게 시즌처럼 100% 모드로 가려 할 때마다 머릿속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 결과 투수와 타자를 통틀어 최고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김기태 감독이 직접 지정한 ‘스프링캠프 MVP’로 선정됐다.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는 지금, 한승혁은 등판할 때마다 화제에 오른다. 2월에 연습경기부터 시속 153㎞를 찍었던 한승혁의 구속은 개막을 눈앞에 둔 지금 157㎞까지 올라섰다.
시속 157㎞는 전에도 한승혁의 등 뒤 전광판에 여러번 찍힌 구속이다. 그러나 지금의 157㎞는 힘과 제구를 동반하고 있다. 같은 구속에도 모두가 설레는 이유다. 입단 7년차인 올해는 뭔가 다르리라는 희망을 보여주는 피칭에 주변이 더 들썩거리고 있지만 한승혁은 차분하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한승혁이 올시즌 가장 중요한 변화로 꼽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한승혁은 “등판할 때마다 이렇게 똑같이 좋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 역시 처음이다. 매번 비시즌에 잘 하다 정작 시즌에는 못 하기를 반복해서 불안감도 조금은 있지만 그럴수록 다잡으려 하고 있다”며 “전에는 옆에서 좋다고 하면 같이 들떴는데 지금은 그냥 편하게 시즌만 생각하고 있다. 프로 데뷔한 지 몇 년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적응돼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승혁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투구 폼을 약간 수정했다. 투구 시 백스윙이 상당히 큰 편이었지만 2015년 시즌을 마친 뒤 좀 더 간결하게 교정했다. 갑자기 폼을 바꾸면서 팔꿈치를 다치고 시즌 초반을 거의 뛰지 못하는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한승혁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승혁은 “결과적으로는 폼을 짧게 바꾼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며 “제구가 터무니 없이 안 될 때도 언제나 구속과 제구를 모두 생각하며 던지려고 노력해왔다. 지금도 제구가 확실히 잡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신경써서 올해는 더 좋아지고 싶다”고 말했다.
KIA는 몇년째 불펜이 가장 취약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잘 던져주는 투수들이 있고 지난해에는 김광수 등 베테랑 투수들이 허리를 잘 지켜줬지만 확실한 셋업맨을 만들지 못했다. 큰 마음 먹고 큰 포부로 준비하는 올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개막을 대기하는 한승혁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하는 한승혁이 지금처럼만 발전해주면 차세대 마무리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기 위한 필수조건은 올시즌 풀타임 1군 활약이다. 피칭도, 마음도 ‘오버’하지 않는 것. 한승혁이 마음 속에 새긴 올시즌 가장 큰 목표다.
한승혁은 “언제부턴가 내 몸도 마음도 선발에서 불펜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해서 언젠가 미래에는 KIA의 마무리를 맡아보고 싶다”며 “올해는 1년 내내 1군에서 한 번 야구해보고 싶다. 절대 다치지 않고, 들뜨지 않고, 차분히 준비 잘 해서 개막 초반부터 팀의 중요한 역할을 맡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