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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 자서전 내는 ‘국민 안내양’ 김정연, 정말 좋아서 달려와 꽃길이 된 흙길

올해 우리나이로 마흔 아홉, ‘국민 안내양’으로 유명세를 치른 가수 겸 방송인 김정연의 삶을 요약하자면 ‘도전’ 한 단어로 족하다. 그가 스스로도 밝혔듯 ‘386세대’ 끝자락에 선 그는 돌아보면 세간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뛰어넘는 행보를 거듭해왔다. 멀리서 보면 세월에 몸을 실은 구름과도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꽤 치열했던 것이다.

평범한 유년시절 후 찾아온 노래에 대한 열병, 멀쩡하게 대학에 들어갔다가 만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하 노.찾.사)’ 그리고 시민운동. 노래를 벗어난 그는 방송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13년의 라디오 리포터 생활 끝에 TV 리포터로의 도전에 기어코 성공했고, ‘노.찾.사’ 출신으로 남들이 다 고개를 가로젓던 트로트 가수로도 데뷔했다. 마흔 다섯의 나이로는 한 아이의 엄마도 됐다. 어찌보면 기구하고, 어찌보면 흥미진진한 반백년의 삶이 200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22일 자신의 첫 번째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버스’를 출간한 가수 겸 방송인 김정연. 사진 제이스토리

그는 이 결과물을 오롯이 혼자만의 노력이라 포장하지 않고 지금의 그를 만들어주는 사람들과 함께 나눌 참이다. 22일 첫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버스>(이하 인생버스)를 내는 김정연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아트홀에서 KBS1 <6시 내고향> 의 코너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를 함께 해준 출연자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무료 공연을 연다.

“‘안내양’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건 시골에서 만난 어르신들 때문이었어요. 어르신들이 없었다면, 사랑해주시지 않았다면 가수 타이틀도 없다고 봐야죠. 책을 내면서 의미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남편의 아이디어로 공연을 생각했어요. 공연장이 500석이 넘는데 금세 다 찾습니다. 출연자 분들 뿐 아니라 저를 딸처럼 며느리처럼 아껴주시는 분들도 지방에서 관광버스를 끌고 오신다네요.”

<인생버스>에는 평범한 집의 막내로 태어나 굴곡없이 살았던 유년시절부터 ‘노.찾.사’에 들어가 노래에 대한 열정과 시민운동의 가치를 발견했던 청년기 그리고 방송 하나에 매달렸던 30대의 기록이 오롯이 담겼다. 마지막에는 8년 넘게 타온 시골 버스의 사연들과 네 살 배기 아들 태현군 때문에 새롭게 눈뜬 인생의 가치를 담아냈다.

22일 자신의 첫 번째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버스’를 출간한 가수 겸 방송인 김정연. 사진 제이스토리

“버스를 8년 타니까 그 이야기를 엮어보라는 주변의 추천이 많았어요. 속으로는 ‘내가 무슨 책이야~’하고 도리질을 했죠. 하지만 제가 언제까지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겠어요. 그걸 기록해보려고 메모를 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다 책까지 욕심이 번졌죠. 기왕지사 그냥 쓰는 것보다는 제 지나온 시간과 지금 엄마로서 새롭게 눈뜬 인생에 대해서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는 막바지 작업을 하느라고 새벽 서 너 시에 자기 일쑤죠. 하지만 정말 쓰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김정연은 자서전을 쓰면 가장 좋은 점이 “자신의 일생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왔을 뿐인데 그의 인생은 도전에 도전이 겹치는 인생이었다. 그가 무엇이든 결정할 때는 항상 주변의 우려가 따랐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자신의 삶을 일궈냈다. 스스로도 가까스로 찾아낸 삶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어떤 일을 할 때는요. 정말 극한 상황까지 가봐야 진짜 자신이 원하는 일이 뭔지를 알게 된다는 거예요. 저는 아이를 낳기 며칠 전까지도 방송을 했고,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았어도 끝까지 방송을 놓지 않았어요. 제가 방송이 천직이라고 생각한 건 정말 극한상황에서도 방송을 생각하게 된다는 거였어요. 책을 써놓고 보니 그 시작이 ‘노.찾.사’ 공연 막간에 ‘싱얼롱(Singalong)’을 하며 느낀 희열이었고요.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제 밑천을 발판 삼아 하는 다양한 강연이었더라고요. 어떤 일이든 노력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분이라면 그 순간에 가장 간절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가수 겸 방송인 김정연이 출간한 첫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버스’ 책 표지. 사진 제이스토리

최근 KBS1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해 그야말로 자신의 일상 ‘민낯’을 공개한 김정연은 그 이후 강연 섭외를 자주 받고 있다. 그는 강연을 심심하게 말로만 채우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고 그 사이사이 자신의 노래로 채우며 ‘토크 콘서트’ 형태로 꾸리고 있다. 그러면서 생긴 새로운 꿈이 바로 ‘어르신 전용 토크 콘서트’다. 20~40대를 상대로 하는 토크 콘서트는 김제동, 박경림, 이국주, 하지영 등 많은 주자들이 있지만 60대 이상을 상대로 한 콘서트에서 강연, 노래, 인터뷰 등을 다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가수로 활동하면서 무대에 올라 노래만 하고 내려오면 어쩐지 허전하더라고요. 강의를 하면서 그래도 부족하나마 1시간을 채우고 내려오니 만족감도 있고, 성취감도 생겼어요. ‘아 50이 다 된 나에게도 아직 새로운 비전이 있구나. 어쩌면 노래보다 더 오래할 수 있겠구나’하고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마치 봄눈이 움트는 나무와 같이 그가 요새 두근거리는 대상은 한둘이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방송과 노래 말고도 강연과 새 책을 기획하고 쓰는 일에도 많은 궁리를 하고 있다. 게다가 연기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떤 역할이든 그의 넉살을 보일 수 있는 역할이면 마다하지 않겠단다. 게다가 지금 한창 커가는 아들 태현군을 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두근거리는 그 길로 거침없이 따라가는 그의 인생. 어느새 흙길은 마음이 기뻐 꽃길이 된다.

22일 자신의 첫 번째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버스’를 출간한 가수 겸 방송인 김정연. 사진 제이스토리

“이제 어딜 가면 ‘안내양’ ‘6시 내고향’ 이렇게 불리지 않고 ‘정연아’ ‘태현 엄마’ 이렇게 불려요. 정말 많은 분들이 저를 딸처럼, 며느리처럼 여겨주신다는 게 감사했죠. 그리고 진짜 엄마가 되 보니까 저희 친정어머니 못지않게 많은 어르신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태현이가 스무 살이 되면 제가 예순 다섯인데, 그때까지도 건강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 누구보다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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