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세계랭킹 70위 김경태(31·신한금융그룹)가 2016 마스터스 챔피언 대니 윌렛(잉글랜드)을 꺾고 최하위 시드의 반란을 시작했다.
김경태는 23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CC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첫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세계 15위 대니 윌렛을 4&2(2홀 남기고 4홀차 승리)로 여유있게 눌렀다.
1, 2번홀(이상 파4)에서 파를 지키면서 연속 보기를 범한 윌렛을 앞서가기 시작한 김경태는 이후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고 승부를 끝냈다. 3, 4번홀을 주고 받아 2UP을 유지한 김경태는 7번홀(파3)에서 4m 짜리 버디 퍼트를 넣고 3홀 차로 달아났다.
9번홀을 뺏기고 10번홀을 되찾아온 뒤 13번홀에서 다시 밀려 2UP을 유지한 김경태는 15번, 16번홀에서 윌렛의 연속 보기로 2홀을 더하면서 승부를 마감했다.
김경태는 64명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 64번 시드로 턱걸이 출전권을 따냈다. 상위 랭커들인 헨릭 스텐손(스웨덴), 애덤 스콧(호주), 리키 파울러(미국) 등이 불참하면서 얻은 소중한 기회를 첫판 승리로 잘 살리며 쾌조의 출발을 했다.
이 대회는 64명이 4명씩 1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인 뒤 각 조 1위가 16강에 올라 녹아웃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승자에게는 1점, 패자에게는 0점, 무승부 경우엔 0.5점을 준다. 승점 1점을 확보한 김경태는 세계 21위 러셀 녹스(스코틀랜드), 41위 빌 하스(미국)와 연속 맞붙는다.
일본프로골프(JGTO)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경태의 목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이다. 세계 최강자들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선전하면 세계랭킹을 수월하게 끌어올릴 수 있고, PGA 꿈도 이루기 쉬워진다.
김경태 외에 나머지 한국선수들은 모두 패배했다. 안병훈(26)이 찰 슈워젤(남아공)에게 6&5로 완패했고, 김시우(22)는 노장 필 미켈슨(미국)에게 5&3로 졌다. 올시즌 유럽 투어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한국선수 중 가장 높은 45위까지 올린 왕정훈(22)도 라파 카브레라 베요(스페인)에게 4&3로 무릎을 꿇었다.
첫날 경기에선 이변도 이어졌다.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68위 쇠렌 키옐센(덴마크)에게 2&1으로 졌고, 2015 마스터스 챔피언 조던 스피스(세계 6위·미국)도 다니하라 히데토(세계60위·일본)에게 한 번도 앞서지 못하고 4&2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더스틴 존슨(미국)은 웹 심슨(미국)을 5&3로 압도하며 ‘세계 1위의 눈물’ 징크스에 주목했던 이들을 낙담시켰다. 존슨은 WGC 시리즈 4개 대회 중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타이틀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