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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플레이 첫날 기권 제이슨 데이, 어머니 암투병 밝히며 눈물 “아버지 이어 어머니도.. 너무 힘들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 제이슨 데이(30·호주)가 23일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첫 경기 도중 6홀을 마치고 기권했다. 폐암 말기로 수술을 앞둔 어머니 생각에 골프에 전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이슨 데이가 23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첫경기 도중 기권한 뒤 기자회견에서 어머니의 암투병 사실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매진스

데이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힘겨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겨우 감정을 추스린 데이는 “어머니가 이번 금요일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이 상태에서 골프를 계속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데이의 어머니 아데닐 데닝 데이는 올초 호주에서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폐에 3~4㎝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고,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1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었다.

그러나 데이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난주 어머니를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오하이오 주립대 제임스 암 센터로 데려와 검진을 받도록 했고, 그 결과 수술을 받게 됐다.

데이는 “여기서 받은 진단 결과는 훨씬 낫다. 이번 금요일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면서 “여기로 어머니를 데려와 기쁘다. 요즘 골프를 치기는 정말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데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위암으로 잃었다. 그가 12살 때 일이었다.

“정말 견디기 힘든 감정이다. 난 이미 아버지를 암으로 떠나보냈다. 암투병이란게 어떤건지 안다. 어머니의 암투병을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다.”

아버지는 알콜에 찌들어 있었고, 부모 모두 고기 가공 공장에서 일했다.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이었지만, 홀로 남은 필리핀 출신 어머니 데닝은 거주하던 집을 팔아 골프 뒷바라지를 하는 등 아들에게 헌신했다. 데이는 재능에 노력을 더해 마침내 세계 1위까지 오르며 어머니에게 보람을 안겼다.

“어머니의 희생이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고 데이는 2015년 PGA 챔피언십 우승 당시 밝혔다. “아마 감옥에 가 있거나, 죽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헌신이 내 갈 길이 거기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셨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기권을 결정한 데이는 바로 어머니가 있는 오하이오주립대 암센터로 갈 예정이다. 어머니 데닝은 그가 이번 주말 동안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출전하길 바랐다. 어머니의 말을 따라 대회 출전을 강행했던 데이는 심적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첫 매치 도중 갑자기 기권을 결정했다.

“가족이 우선이다. 참 힘든 시간이다. 어머니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어머니는 지금 내가 골프를 하고 있는 이유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2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데이가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을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예정대로라면 4월 1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지금으로선 모든게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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