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야~ 떠나자, 전국 야시장 투어

남진야시장에 서 있는 남진 조형물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봄은 세상 천지의 생명들이 통통 튀는 계절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은 한껏 기지개를 켜고, 지난겨울 숨죽이고 있던 나무들도 움을 틔우고 새 시절을 연다. 하지만 사람들은 왠지 모르는 식욕 부진이나 피로함 등에 휩싸이기 쉽다. 계절이 바뀔 때면 겪는 ‘연중행사’다. 그래서 이 무렵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곳이 야시장이다. 장삼이사 누구의 입이든 만족시키는 먹거리가 즐비한 야시장은 어디든 내 동네처럼 푸근하다. 이 때문인지 한국관광공사(사장 정창수)도 4월을 맞아 가볼 만한 여행지로 ‘야시장 투어’를 꼽았다.

전주 남부야시장에는 베트남 음식 등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

수백 채 한옥 지붕 위로 달빛이 내려앉은 고요한 밤. 상인들이 문을 닫고 돌아간 전주 남부시장에 오방색 조명이 환하게 켜진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이 열린 것이다. 매주 금·토요일이면 길이 250m 시장 통로에 이동 판매대 45개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먹거리와 공연, 즐길 거리가 풍성해 여행자는 물론 주민도 자주 찾는 곳이다. 주말 야시장에 다녀가는 손님은 평균 8000~9000명. 에너지 넘치는 청년 상인과 손맛 좋은 다문화 가정 사람들, 시니어클럽 어르신이 저마다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은 아케이드 시설이 갖춰져 매주 금·토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열린다. 낮에는 전주한옥마을과 오목대에 올라 전통문화의 향기를 느끼고, 밤에는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과 2층 청년몰에서 맛의 향기에 빠지는 발걸음…. 그것이 맛깔나는 전주 여행의 완성작이다.

광주 1913송정역 야시장의 풍경.

■1913송정역 야시장

1913송정역시장의 나이는 104살이다. 1913년에 형성돼 2016년 4월에 리모델링했다. 그러면서 침체 일로에 있던 시장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활기찬 시장으로 변모했다. 세련되게 단장하고 업종도 한층 다양해져 20~30대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 그 정점은 밤이다. 리모델링 때부터 본격적으로 열린 야시장 덕분이다. 저녁놀이 지고 노란 조명이 하늘을 촘촘하게 채울 때면, 야시장 특유의 달뜬 분위기와 수런거림이 함께 켜져 재미도 두 배, 활기도 두 배로 커진다. 시장은 광주송정역에서 200m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최근 광주송정역을 거쳐 가는 자유 여행객의 쉼터로도 인기가 높다.

시장에는 KTX 광주송정역 대합실도 있다. 실시간 열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과 무인 물품보관소 등도 설치됐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시장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청춘발산마을과 양림동역사문화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광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사직공원전망타워도 인기다.

부산의 부평깡통야시장에는 맛과 멋이 넘쳐난다.

■국내 상설 야시장 1호, 부평깡통 야시장

부평깡통 야시장은 2013년 상설 야시장 1호로 개장해 전국에 야시장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국제시장·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부평깡통시장 골목 110m 구간에 매일 들어선다. 오후 7시30분에 이동 판매대 30여개가 입장하며 시작되는 야시장의 열기는 자정까지 이어진다. 국내 최초 상설 야시장답게 먹거리도 다양하다. 소고기를 구워 한 입 크기로 잘라 주는 서서스테이크, 빵 속에 따뜻한 수프가 담긴 파네수프, 주문과 동시에 토치로 익히는 즉석 소고기불초밥, 고소한 모차렐라를 얹은 가리비치즈구이 등 각양각색의 음식이 눈과 코를 자극한다. 주변에 각종 먹거리 매장과 부평동 족발골목도 있다.

부산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에서 찾아가기 쉽고, 국제시장·보수동책방골목·감천문화마을이 지척이다. 해동용궁사, 동백공원, 삼진어묵체험·역사관까지 함께 돌아봐도 좋다.

교동 도깨비야시장에서는 밤마다 맛있는 음식이 익고 있다.

■대구 교동 도깨비야시장 & 서문시장

대구 교동 도깨비야시장은 대구에서 처음 시작된 야시장이다. 규모는 다소 작지만, 대구역과 가까운 데다 젊고 활기찬 동성로의 분위기가 어우러진 매력이 여행자를 끌어모은다. 토요일마다 함께 열리는 플리 마켓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독특한 먹거리와 핸드메이드 소품 등을 파는 점포가 늘어서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힌다. 작년 말 화재 이후 임시 휴장하던 서문시장 야시장도 지난 3일부터 다시 열었다. 다양한 먹거리와 작은 콘서트, 공연 무대 등 볼거리가 많아 가볼 만하다.

야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는 근대문화골목 투어에 나서면 된다. 근대건축물과 역사의 흔적을 좇아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대구근대역사관을 추가하면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도 추천한다.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김광석을 테마로 벽화와 조형물, 공연장 등이 알차게 꾸며졌다.

남진야시장의 풍경.

■목포 남진야시장

목포역에서 2㎞ 남짓,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자유시장 한쪽에는 매주 금·토요일 저녁 야시장이 문을 연다.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라 불리며 1970년대를 풍미한 가수 남진의 이름을 딴 남진야시장이다. 목포가 고향인 남진씨가 전통시장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는 목포시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지난 2015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가수 이름을 딴 야시장답게 ‘T 자형’ 시장 전체를 ‘남진 콘셉트’로 꾸몄다. 야시장 좌우로 들어선 수산물과 건어물 상점 사이에는 ‘맛의 도시’ 목포의 먹거리를 파는 포장마차형 노점이 일렬로 자리 잡았다.

남진야시장에서 목포의 밤을 즐겼다면, 유달산과 갓바위·삼학도 등을 둘러보며 낮 시간의 목포를 구경하는 것도 괜찮다.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목포자연사박물관이나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 등을 둘러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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