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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미수습자 가족들 “참혹하게 변한 배 바라보고 억장 무너져”

녹슬고 부서지고 찌그러진 배는 물때가 잔뜩 덮고 있었다. 어두운 바다에서 3년 만에 세상에 나온 세월호는 그랬다. 만신창이가 된 미수습자 가족들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23일 새벽 세월호가 바다 위로 조금씩 처참함을 드러냈다. 애끊는 3년의 기다림 끝에 마주한 만남이었지만 가족들은 그것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떨리는 손가락 틈새로 바라보거나 한참을 쳐다볼 수 없는 듯 고개를 앞뒤로 연신 돌려댔다. 이내 참았던 통곡 소리만 퍼졌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세월호 야간 인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지윤기자

이날 오전 3시58분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무궁화 2호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오전 3시34분 세월호 구조물이 수면에 올라왔다”는 문자메시지가 전해졌다.

전날 오후 8시50분부터 시작된 ‘본인양’을 1.6㎞ 떨어진 바다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이들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젠 그만 집으로 함께 가자…. 너무 무섭고 추웠겠다….”

손을 잡고 서로를 위로하며 포옹하던 단원고 학생 가족들의 얼굴은 눈물로 뒤범벅됐다. 미수습자 가족 권오복씨(61)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오늘이 있게 됐다”면서 “어서 빨리 저 어둠 속에서 오랫동안 무서움에 떨었을 동생과 조카를 안아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박정순씨(46)는 “우리 아들이 엄마·아빠를 만나러 오는 날인데 반갑게 봐야 한다”며 억지로 웃음을 보였다. 한 유가족은 “세월호 인양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막상 진짜 인양되는 것을 보니 기쁨보다 슬픔이 앞선다”며 눈물을 보였다.

진도 동거차도 인근 해상에 침몰한 세월호가 사고 발생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떠 올랐다.,세월호는 13m까지 부양된 뒤 반잠수식 바지선에 실려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거치될 예정이다. 이준헌 기자

동이 트면서 선체 오른쪽이 수면 위로 훤히 드러났다. 조은화양(단원고)의 어머니 이금희씨(49)는 “참혹하게 변한 배를 바라보면서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며 “저 배가 너무나도 밉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을 찬 바다에서 감싸준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고맙다. 저 안에 우리 아이가 꼭 있을 것이라 믿는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미수습자 어머니 김성실씨는 “세월호 인양을 통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미수습자 수습”이라며 “미수습자를 찾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후에 선체 조사를 통한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선상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 여러분 덕분에 배가 올라왔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허다윤양(단원고)의 아버지 허흥환씨(53)는 “오늘은 끝이 아니고 진실로 가는 시작일”이라고 말했다. 전태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은 “인양 방식이 중간에 바뀌면서 시간을 많이 허비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처음부터 검토를 잘했으면 좀 더 빨리 미수습자들을 찾을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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