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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도 보험 드는 시대

배우 오연아는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배우의 꿈을 포기할 뻔한 기억을 떠올려 눈길을 끌었다. 반려견이 아파 급하게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벌어 놓은 돈이 없어 가족 같은 반려견을 치료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아픈 사연이었다.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부담스러운 것 중 하나가 의료비다. 사람은 국민건강보험이 진료비의 약 75%를 보전해 주는 등 의료보험이 잘 갖춰져 있지만 반려동물은 병원비의 100%를 반려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치료비 부담으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 보험사들은 최근 반려동물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현대해상·삼성화재·롯데손해보험 등이 상품을 내놓았다. 자동차 보험처럼 1년 보험료를 내고 해마다 갱신하는 방식으로 월납도 가능하다. 보험료는 보통 연 40만원 후반대의 가격으로 형성돼 있다.

반려동물 보험 상품이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과 함께 속속이 등장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반려동물 의료보험은 애완동물의 크기(소·중·대형견)와 나이에 따라 가입조건이나 가격이 달라진다. 예컨대 롯데손해보험에서 출시한 ‘마이펫보험’의 경우 6~7세 이하의 반려견만 가입이 가능하다. 11세가 넘으면 심사를 거쳐 갱신해야 한다.

보장 내용은 어떨까.

이 상품의 대부분은 치명상을 입거나 큰 수술을 앞둬야 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스크, 뼈 골절, 종양 등도 보장 내용에 포함된다. ‘롯데마이펫보험’의 경우 수술입원형 상품은 수술 회당 최대 150만원, 입원 하루당 최고 10만원을 보장하고 수술입원형 상품은 통원 하루당 최고 10만원으로 약관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해상의 ‘하이펫애견보험’의 경우 반려견의 질병과 상해뿐만 아니라 반려견이 다른 반려견에게 입힌 피해도 2000만원 한도로 보상해 준다.

문제는 이들 보험이 치료비 절감에 크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이유인 종합백신(광견병, 심장사상충 등) 관련 질병, 중성화 수술, 슬개골 탈구 등은 보험 항목에 없다.

고양이 반려동물 보험을 들 수 있는 곳은 ‘롯데손해보험’ 뿐이다. 아직까지 국내 반려동물 보험은 진료비만 보장하는 등 해외에 비해 부족한 면이 많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영국·미국·독일 등 반려동물 의료보험제도가 정착한 선진국에서는 병원 진료비나 보험료가 더 비싼 대신 보상의 폭도 넓다. 진료비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도난당했거나 실종됐을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된다. 반려동물과 여행을 떠날 때 운송비를 지원하고 ‘펫시터’(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사람)에게 반려동물을 맡길 때 비용 청구가 가능한 상품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약 20%, 미국·독일은 약 10%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 5%를 웃돌았다.

설채현 그녀의동물병원 원장은 “동물의 경우 아픈 곳을 말로 할 수 없다 보니 전체적인 검사를 해야 할 때가 많다”며 “진료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면 보호자에게도, 반려동물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준 반려동물 라이프 업체 컴패니언 대표는 “국내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만큼 보험도 아직 시작 단계”라며 “향후 소비자 니즈의 영향으로 반려동물 보험의 필요성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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