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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답답한 공격력 해결법은 선수 교체 뿐

울리 슈틸리케 감독. 김기남 기자

축구에서 수비는 고정된 멤버의 반복훈련이 중요한 반면 공격은 개성있는 선수들의 예상치 못한 플레이가 생명이다. 수비는 조직력으로 하는 것이지만 공격은 의외성과 창의성으로 하기 때문이다. 공격이 항상 비슷한 루트와 방식으로 반복된다면 어떨까. 상대에게 간파당한 공격은 번번이 차단당하기 일쑤다. 상대가 예상한대로 움직여주는 공격은 자해행위와 다름이 없다. 지금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이 바로 그렇다.

한국은 지난 23일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 중국전에서 0-1로 패했다. 한국은 3승1무2패, 승점 10으로 제자리걸음하며 2위를 간신히 지켰다.

한국은 6경기를 치르면서 8득점 7실점을 기록 중이다. 실점은 큰 문제가 안 된다. 경기당 1골 정도는 세계 최고 팀들도 내준다. 문제는 게임당 1.33골에 그친 공격이다. 그것도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이 아시아팀을 상대로 한 결과라서 더욱 답답하다.

이유는 크로스에 이은 슈팅 등 단조로운 공격방식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다. 의외성과 창의성이 결여된 공격은 상대에게 쉽게 읽힌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중거리슈팅, 김신욱(전북)의 머리를 이용한 크로스 등 중국전에 나선 한국 공격루트는 너무 뻔했다.

한국은 볼을 잡으면 무조건 측면으로 보냈다. 이후 측면에서 측면으로 또는 측면에서 후방으로 공을 돌리다가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이게 한국 공격의 사실상 전부였다. 중국은 크로스가 올라오는 것과 크로스가 올 경우 헤딩으로 경합하는 것 등 딱 두 가지만 하면 됐다.

측면 공격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중앙 돌파가 함께 이뤄져야한다. 그래야 중앙도 살고 측면도 산다. 그러나 한국 공격은 측면에만 치중했다. 중앙에서 볼을 오래 잡고 스루패스, 로빙패스로 정면에서 상대를 위협할 선수가 부족했다. 이는 한국축구의 오랜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전에서는 돋보인 선수는 남태희(레퀴야)였다. 그는 왕성하게 좌우를 휘저으며 중국을 계속 흔들었다. 그러나 남태희 혼자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남태희와 호흡을 맞출 만한 황희찬(잘츠부르크), 허용준(전남) 등 재간동이들을 조금 더 일찍 투입했어야 했다.

슈틸리케호가 판박이 공격만 반복하는 이유는 비슷한 선수들이 계속 발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때는 한골 차 승리라도 가져오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무승부 또는 패배에 그친다. 이 모든 게 슈틸리케 감독이 현재 몸 상태보다는 과거 활약상과 공헌도에 따라 선수를 뽑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과 보상에 의거한 발탁이 축구대표팀의 생명력과 경쟁심을 떨어뜨렸고 결과적으로 단조로운 공격의 반복을 자초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6년 3월24일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7차전 레바논전에 나설 멤버를 믿음과 보상으로 뽑았다. 한국은 당시 2차 예선 6전전승으로 최종예선 진출을 이미 확정한 상태였다. 이청용, 박주호, 김진수 등 유럽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도 대거 부름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이들이 보여준 활약에 대해 보답하는 차원의 발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일 레바논을 반드시 이겨야 최종예선에 나갈 수 있다고 해도 같은 멤버를 뽑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렇게 좋아하는 선수, 믿는 선수만 계속 뽑아왔다.

한국은 28일 시리아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을 치른다. 손흥민(토트넘)이 가세하고 경기 장소가 서울인 만큼 공격에서는 중국전보다 활기를 띌 게 분명하다. 그러나 측면만 두드리는 한국의 습성이 달라질 리 만무하다. 선수를 바꾸지 않는 팀 공격 스타일이 변하지 않는 게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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