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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사인 내는 힐만 감독 ‘뺏을테면 뺏어봐’

SK 트레이 힐만 감독.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KBO리그 역대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이다. 앞선 제리 로이스터(2008~2010년 롯데)가 그랬듯 외국인 감독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야구관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곤 한다. 힐만 감독은 ‘사인 훔치기’에 비교적 관대한 시각을 보여 시선을 끌었다. 이를테면 ‘볼테면 보라’는 식이다.

‘사인 훔치기’는 야구계에서 민감한 이슈다. 기본적으로 야구는 공을 던지고, 치는 종목이지만 이면에서는 서로 다음 작전을 간파하려는 ‘사인 훔치기’가 치열하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사인을 훔치다간 불문율을 어긋나 ‘보복구’도 감수해야 한다. 이로 인한 팀별 갈등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결국 야구에서는 우리 사인을 잘 숨기면서, 상대팀 사인은 티 안나게 훔치는 것이 기술인 셈이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지난 몇 번의 시범경기에서 상대 벤치가 보이는 더그아웃 앞쪽에서 비교적 큰 동작으로 사인을 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26일 시범경기 인천 한화전에 앞서 만난 힐만 감독은 “사인을 숨길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는 “상대가 (사인에 대해)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추측해서 맞출 수는 있지만 사인 체계가 기본적으로 복잡해서 훔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힐만 감독은 “사인 훔치려는 시도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많다. 나는 수많은 사인을 내면서 실수도 했지만 많이 배웠다. 과한 동작이 아니면서도 선수가 헷갈리지 않게 사인 내는 법을 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힐만 감독은 메이저리그(2008~2010년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물론 일본 프로야구 1군(2003~2007년 닛폰햄 파이터스) 사령탑을 거친 경험자다.

힐만 감독은 이미 KBO리그 내에서도 ‘사인 훔치기’ 시도를 접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한 팀이 사인을 훔치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훔치라고 사인을 냈다. 상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그 팀을 평가할 자료이기도 하다”면서 ‘혼선’을 줄 미끼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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