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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리즌’ 나현 감독 “한석규는 내 영화의 은인”

영화 <프리즌>엔 B급 정서에 패기가 더해져 페퍼민트처럼 ‘콰’한 맛이 난다. 주연인 한석규와 김래원의 공이 물론 크겠지만, 메가폰을 쥔 나현 감독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감옥’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스펙타클한 그림을 만들어낸 그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나현 감독은 <프리즌>에 관한 전반적인 얘기와 자신만의 감독 철학을 털어놨다. 특히 한석규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했다.

영화 <프리즌>으로 데뷔한 나현 감독. 사진 쇼박스

■나현 감독의 ‘한석규 론’

Q. 한석규란 만만치 않은 배우와 작업이 쉽지 않았겠다?

모르는 놈이 더 용감하다고… 그렇게 큰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데뷔작에 한석규를 캐스팅해서 정말 좋았다. 당시 내가 데뷔작으로 진행하던 두 작품이 무산된 시기였다. 그 두번째 작품에 한석규가 이미 캐스팅된 상태였는데 투자를 못 받아 촬영이 물거품 됐다. 감독 입장에서 얼마나 부끄럽고 괴롭겠나. 그때 삭발까지 했다. 죄송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오히려 한석규가 먼저 전화하더라. “삭발했다는 소식 들었다. 한번 만나자”면서 날 격려해주더라. “시나리오 잘 쓰니 새로운 걸 생각해봐라”고도 했다. 나 역시 새로운 에너지로 다시 시작해보자 싶었다. 그때 떠오른 게 죄수들이 감옥 담장을 넘나드는 얘기, <프리즌>이었다. 시나리오를 2주 만에 다 썼는데, 한석규가 좋은 말을 해줘서 가능했던 거다. 내겐 은인이다.

<프리즌>에 출연한 한석규, 사진 쇼박스

Q.한석규가 나현 감독에게 큰 존재인 것 같은데?

그와 인상적인 추억이 있다. <프리즌> 시나리오가 여러 버전으로 바뀌었는데, 그 때마다 한석규가 읽고 의견을 줬다. 한번은 아주 획기적으로 바꿨는데 한석규가 싫어할까봐 덜컥 겁이 났다. 그런데 그가 “나 감독, 시나리오가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난 알겠다. 그래도 합시다”라고 확신을 줬다. 눈물이 나면서 뭉클했다. 시사회가 끝난 날에도 밤 늦게 전화해서 “고생했다. ‘익호’에 대한 애정으로 표현하려 했던 게 누구보다 잘 알겠더라”고 진심을 담아 얘기하더라. 그런 면을 보면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배우다.

■<프리즌>, 수학적으로 잘 빠진 작품

Q.‘감옥’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얘기를 풀어내기 어렵지 않았나

내가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 영화에서 스토리텔링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100년이 넘는 영화사에서 얼마나 수많은 얘기가 나왔겠는가. 그 가운데에서 비슷한 얘기로 변별력을 지니려면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핵심이다. 영화를 볼 때 관객이 시계를 보는 순간 그 영화는 끝난 거다. 스토리텔링에 관객을 못 태운 것이다. 난 이를 생각하고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썼다. <프리즌>은 사건과 사건이 굉장히 유기적으로 엮여있다. 관객이 정신없이 극에 몰입하다 보면 ‘감옥’이란 한정된 공간이 주는 답답함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Q. 뭔가 나 감독만의 작업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

총 촬영 분량이 3시간을 넘어가면 안 된다. 이건 <프리즌> 촬영 감독이나 편집기사 모두 강조했던 부분이다. 2시간30분 정도로 아주 촘촘하게 찍어야 편집할 때 얘기가 반토막이 나지 않는다. ‘편집 잘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느슨하게 촬영하면 편집 때 러닝타임을 맞추기 위해 중요한 내용까지 날아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배우들이 대본 리딩을 할 때도 시간을 쟀다. 그 수치를 갖고 촬영을 했는데 비교해보니 거의 비슷한 기록이 나오더라. 최종본이 2시간 22분 정도 나왔다. 편집할 땐 20분만 날리면 되니까 이야기에 손상이 가지 않더라.

Q. 이런 작업법에 대한 신뢰인가. 한석규·김래원을 비롯해 정웅인, 이경영, 조재윤, 신성록 등 캐스팅이 어마어마하다.

아무래도 시나리오 속 캐릭터들이 단 하나도 허투루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겐 등장인물들은 장기판의 말이다. 이들이 스토리에 적극 개입해야 본격적인 갈등이 일어나고 얘기도 균형을 갖춘다. 이건 배우들에게도 자신이 맡은 역과 촬영하는 장면이 절대 편집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준다. 그래서 그들은 흔쾌히 출연하고, 최선을 다해 연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경찰의 범죄 액션 영화다. 전국 극장가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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