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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통사람’ 손현주 “감독이 배우를 배려해줬어야 하는데 아쉽죠”

“편집점이 아쉬워요. 또 저와 장혁이 늙은 분장까지 하고 나왔는데, 그 장면은 ‘감독이 배우를 배려해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어렵게 투자를 받고 찍은 만큼 ‘본전치기’는 꼭 하고 싶어요. 이 영화를 많이 보듬어 주세요.”

배우 손현주는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의 단점을 꼬집었다. 홍보를 위해 영화를 포장하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솔직한 매력이 돋보였다. 또한 ‘예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말처럼 작품을 향한 애정도 빛났다. 그가 꺼내놓은 무명 시절 얘기는, 그래서 더 사람의 귀를 붙잡았다.

배우 손현주, 사진 싸이더스HQ

“저도 한때는 정말 무지렁이 같은 존재였죠.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일은 없다. 한번 죽어보자’란 마음으로 버텼으니까요. 저도 처음부터 배역이 주어진 인생은 아니었거든요. 치열하게 살아왔고, 지금까지 배우 판에 살아남을 수 있었죠.”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손현주는 무명 시절을 담담히 회상했다. 지금은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지만, 그에게도 일희일비하는 시절이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늘 ‘2주 인생’이었어요. ‘네가 잘하면 2주는 더 출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따라다녔죠. 배역이 바뀌는 건 부지기수였고요. 한 PD는 ‘4일간 출연한 돈은 줄게. 그만 나와라’고 직접 말하기도 했었죠. 만약 제 성격이었다면 그 돈 안 받고 끝내야 하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니 그러질 못 하겠더라고요. 일주일 뒤에 통장 잔고 확인하면서 돈 들어왔나 살펴보던 걸요?”

그는 ‘보통 배우’였던 시절 자신에게 시련을 준 사람들에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저란 사람에게 굳은 살을 박아준 거잖아요. 처음부터 좋은 배역을 줬다면 아마 전 배우로서 못 버텼을 것 같아요. 물론 다시 그 분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답니다. 하하.”

영화 <보통사람> 촬영사진, 사진 오퍼스픽쳐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은 그의 이런 옛 추억을 소환한 작품이었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 싸우는 생계형 형사 ‘강성진’으로 분해 1970~80년대 격동의 시대를 스크린 위에 옮겼다. 그 시대를 거쳐온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달랐을 터다.

“전 그 때 대학생이었어요. 곁에서 늘 하얀 분말(최루탄 가루)이 쏟아질 정도로 방황과 갈등의 시기였죠. 지금도 좌우가 대립하고 있다지만 사실 그때가 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멀지 않은 과거고 늘 있었던 얘기라 이 영화도 남일 같지 않더라고요.”

영화를 찍으면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는 그다.

“그 시대가 지금 2017년과 뭐가 다른가 싶더라고요. 환경은 나아졌겠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나아졌을까. 예나 지금이나 보통 사람처럼 산다는 건 힘들잖아요.”

영화 제목처럼 그가 맡은 ‘성진’은 ‘우리 시대 아버지’를 대표하는 보통 사람이다. 다리를 저는 아들과 말 못 하는 아내를 위해 정의 실현과 생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오랜만에 제 옷을 입은 것 같아요. 늘어진 런닝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역시 그게 편하더라고요. 그동안 말쑥한 역을 많이 맡아서 정장을 입었는데, 그건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차라리 이런 아버지 역이 부담스럽지 않죠. 제가 그동안 맡은 아버지 캐릭터가 능력 있는 이들은 아니었으니까요.”

아내로 나온 라미란도 그가 편하게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한 수훈갑이었다.

“참 아이디어가 좋은 배우예요. 말 못하는 아내란 설정을 직접 제안했더라고요. 대사를 아예 없애자고요. 당시엔 전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나와보니 손발짓으로 소통한 게 ‘신의 한수’였더라고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라미란이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하니 피곤해서 꾀를 부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하하하.”

한편 손현주가 출연한 <보통사람>은 보통의 삶을 살던 강력계 형사 성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얘기를 담았다. 전국 극장가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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