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요구를 조건부로 허용했다. 인수 자금 마련안을 제출하면 검토를 해 다시 논의해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공방전의 공이 다시 박 회장에 넘어갔다.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는 28일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기한 내에 구체적이고 타당성이 있는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할 경우,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한 안건이 가결됐다고 이날 밝혔다. ‘컨소시엄은 절대 불가’였던 입장에선 한발 물러난 결론이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제3자에게 양도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컨소시엄을 허용해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 이 때문에 이번 논의 과정을 거치면 금호 측이 절차상 하자를 문제삼아 법적 소송에 들어가는 것에 대비하려는 취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드 논란 이후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는데 대해 여론이 좋지 않은 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도 금호타이어 인수에 필요한 자금(약 9500억원)의 조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호그룹 측은 “중국을 포함한 다수의 전략적투자자들과 협상을 진행 중으로 그룹이나 개인에 무리없이 거래를 마무리지을 수 있다”고 밝혔으나 산은이 제시한 ‘타당성 있는’ 방식으로 모든 자금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관측하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컨소시엄이 불허된데 대해 반발했다. 그룹 측은 “산업은행이 우선매수권 약정서와 더블스타와 소송 가능성을 들어 컨소시엄 허용 안건은 통과시키지 않고서 한편으로는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이율배반적인 결정으로 검토의 가치도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삼구 회장 측이 컨소시엄 구성안을 채권단에 제출할지는 미지수다. 대신 절차적 문제 등을 들어 법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컨소시엄 문제가 일단락돼도 불씨는 남아있다. 특히 고용 유지 불안정성을 들어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더블스타와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 회장 등 유력 인수 후보군 모두에 반대하는 금호타이어 노조가 이날 오후 산업은행을 방문해 매각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경우 최근 정치권이 금호타이어가 지역경제에서 갖는 비중 등을 들어 외국 기업에 매각하는 사안은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는 요구로 인해 여론전은 더 꼬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