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김대길의 리플레이] 답답한 슈틸리케호, 왜 동생들처럼 못하나

전반 홍정호의 선취골이 일찍 터졌을 때만 해도 예감이 좋았다. 선취골을 일찍 터뜨리면 상대도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공격을 하다보면 빈 틈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우리가 경기를 풀어가기 쉬워진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골은 생각보다 일찍 나왔지만 그 이후 경기내용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전 때의 답답했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양상을 보였다.

대표팀은 4-2-3-1에서 4-1-4-1로 바꿨다가 다시 4-2-3-1로 가져가는 등 포메이션의 변화를 다양하게 가져갔다. 변화무쌍하다는 점에선 점수를 줄 만하지만 변화를 자꾸 주는 건 경기가 생각만큼 잘 안풀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술 변화에 따른 효과도 크지 않았다. 전술의 완성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4-2-3-1은 소속팀에서도 많이 쓰는 전술 형태여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선수들 각자가 잘 알 텐데도 정작 대표팀에선 날카롭지 않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당혹스럽다.

축구국가대표 기성용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자 아쉬워하고 있다. 2017.03.28 / 상암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팀 스피드나 개인 스피드도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은 속도와의 전쟁이다. 강팀과 약팀의 경계는 속도의 차이인데 사실 시리아와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속도가 떨어지다보니 횡패스와 백패스가 많이 나왔다. 시리아가 예상보다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던 요인이다. 미드필드를 거쳐 상대를 압박해가는 세밀한 움직임도 아쉬웠다. 손흥민의 활용법도 극대화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전술적인 협력 플레이가 있었어야 했는데 이렇다할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수비에서도 몇 차례 아찔한 장면이 있었다. 포백라인이 경기 때마다 바뀌면서 아직도 안정되지 못한 인상이다. 포백라인과 앞선의 수비형 미드필더들과의 유기적인 조직력도 더 가다듬어야 한다. 후반전은 기성용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좀 더 많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결정을 짓지 못한 게 아쉬웠다.

현재 우리 대표팀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홈에서는 이기면서도 원정에서는 부진이 이어지다보니 팀 전체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20세 이하 대표팀이 보여주고 있는 속도감이나 투쟁심도 보이지 않는다. 결과에서는 이기긴 했지만 내용에서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선수 선발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과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 부분도 슈틸리케 감독이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