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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女농구 MVP 박혜진 “이 욕심, 어쩔 수가 없네요”

우리은행 박혜진이 지난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아산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로 막을 내린 2016~2017 여자농구. 왕조를 구축한 우리은행에서 가장 빛나고 있는 선수는 바로 가드 박혜진(27)이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별중의 별’로 우뚝 섰다.

하지만 박혜진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며 만족을 못하고 있다. 마치 거듭되는 진화를 통해 완전체로 거듭나는 ‘포켓몬’처럼, 박혜진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보다 더 위를 바라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박혜진을 지난 23일 한 카페에서 만나 이번 시즌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우리은행 박혜진이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나는 욕심쟁이

이번 시즌 수 많은 상을 휩쓴 박혜진은 스스로도 가장 기억에 남을 시즌이 될 것 같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20대임에도, 박혜진은 벌써 선수로 이룰 것은 다 이뤄봤다.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각각 세 번이나 수상했고 통합우승은 5시즌을 내리 경험하고 있다. 이제는 뭘 가지고 동기부여를 할 것인지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박혜진은 적어도 동기부여에 관한 부분만큼은 걱정이 없다고 자신한다.

“그 동안 내가 상 욕심으로 선수 생활을 해온 것이 아니다. 내가 완벽한 선수라서 MVP를 받은 것이 아니라 팀 성적이 따랐기 때문에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욕심이 항상 인터뷰에서도 나오곤 하는 것 같다.”

실제로 박혜진은 각종 인터뷰를 할 때마다 “아직 멀었다”는 등의 말로 아직 부족하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한 박혜진의 ‘욕심’ 때문이다. 이 욕심 때문에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진짜 이 욕심 때문에 스스로한테 힘들게 하는 것도 있고,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난 진짜 타고 나서 잘된 것이 아니라 노력하면서 만들어진 선수다. 조금만 노력하면 이것 저것 다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만족을 할 수가 없다.”


우리은행 박혜진이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감독님, 이제는 이해합니다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한 동안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위 감독에 대한 질문을 하면 몸서리를 치는 경우가 많았다. 위 감독 특유의 혹독한 강훈련, 그리고 강력한 카리스마에 어지간한 우리은행 선수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지금도 위 감독의 스타일에는 변화가 없다. 달라진게 있다면, 우리은행 선수들이 이제는 적응이 됐다는 것이다. 박혜진 역시 “이제는 감독님이 혼내는 부분을 다 이해한다. 감독님이 힘들게 훈련을 시켜도 왜 시키는지 선수들이 다 이해를 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위 감독이 다른 선수들에게는 휴식시간을 충분히 챙겨주면서 자신에게 만큼은 그렇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한 감정은 없을까. 박혜진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첫 시즌 때 감독님한테 놀러들어갔냐고 많이 혼이 났다. 그 이전에도 출전 시간은 적지 않았는데, 비교를 하자면 활동량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코트에서 쉬는 것도 많았지만 지금은 수비도, 리바운드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더 힘들어야 하는게 맞는데, 훈련 덕분인지 그렇지가 않다. 내가 무슨 한계를 뛰어넘는 것도 아니고, 어디가 아픈데 투혼을 펼치는 게 아니다. 뛸 수 있는 능력과 몸상태가 되니까 뛰는 것 뿐이다.”

■연애는 아직이요

농구선수로써 이룰 것은 다 이뤘지만, 박혜진은 여전히 농구에 푹 빠져 있다. 만 27세의 청춘.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도 해보고 싶어 할 나이지만 박혜진은 “지금은 운동이 내게 0순위”라며 ‘남자친구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렇다고 아예 관심이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소개팅 해주겠다는 사람은 주위에 많은데, 내가 너무 외로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보니 관심이 안 간다. 다만 이상형은 있다. 우선 키가 나보다 컸으면 좋겠고, 운동 때문에 연락을 잘 못해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은근히 그런걸 못 견디는 남자들이 많더라.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남자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농구 바보’ 박혜진이 이번 시즌 받은 상 중 다음 시즌에도 받고 싶은 상이 하나 있다. 바로 어시스트상이다. 박혜진은 올해 주전 포인트가드 이승아의 은퇴와 이은혜의 부상으로 줄곧 포인트가드를 맡아 임무를 100% 완수했다. 박혜진은 “내가 패스를 센스있게 하는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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