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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분석] ‘보통사람’은 보통 이하의 영화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이 위험하다. ‘보통사람’이란 단어가 영화 속에서 평범한 대중을 아우르기 보다는 눈물과 신파를 강요하는 ‘작위적 설정’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보는 이의 심사가 불편해지는 건 이 때문이다.

<보통사람>은 1970~80년대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재가공해 필름으로 옮긴 작품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언론 통제, 권력의 묵인 혹은 지시 하에 날조됐던 우리의 뼈 아픈 과거가 굴비 엮듯 영화 속에서 줄을 잇는다.

영화 ‘보통사람’ 포스터, 사진 오퍼스픽쳐스

다큐멘터리로 풀어내도 분노와 눈물이 치솟는 이야기들이다. <보통사람>은 이를 상업 영화로 만들기 위해 양념을 치기 시작했다. 생계형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기 위해선 누구보다도 절박한 그만의 조건이 필요했다. 다리를 저는 아들, 말 못하는 아내 등 그의 가정에 일종의 ‘핸디캡’을 줬고, 성진은 이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여기서 ‘보통사람’을 대표하는 성진의 설정이 꼭 이래야만 했을까라는 점은 생각해볼 만하다. 성진의 선택이 설득력을 얻기 위한 포석이라지만, 오히려 눈물을 자아내기 위한 장치가 아닐지 의심을 버릴 수 없다. 보통 사람을 기저 민중으로 급전직하해 ‘바탕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바람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보통사람’도 억압을 받던 그 시대 얘기들을 충분히 그릴 수 있었음에도 보는 이의 슬픔과 분노를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누가 봐도 편한 길을 선택한 셈이다. 상업성이 부른 과한 설정이다.

민주화를 부르짖는 정의로운 기자 ‘추재진’(김상호)의 에피소드도 다큐멘터리보다 못하게 그려져 아쉬움을 자아낸다. 언론 탄압을 실감나게 그릴 수 있는 인물이었음에도 곳곳에 ‘오글’거리거나 현학적인 대사로 감정선을 깨버린다. 김상호의 열연도 이를 막진 못했다.

<보통사람>은 이처럼 흥미로운 소재와 손현주, 김상호, 장혁 등 연기파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변호인> <화려한 휴가> 등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갈망을 그린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하지 못하고 제대로 김 빠진 드라마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런 탓에 개봉한지 6일이나 지났지만 관객 반응도 미지근하다.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는 스코어(누적관객수 30만 5599명)가 이를 증명한다. 같은 날 개봉한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이 누적관객수 148만3168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29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현격히 차이가 난다.

촬영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던 <보통 사람>. 손 안에 쥔 패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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