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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시완 “제가 착하다고요? 얼굴 덕 좀 봤죠”

“전 마냥 순하고 착한 사람이 아니예요. 거리가 멀죠. 어차피 연예인이란 직업 자체가 가상 인물 아닌가요? 최대한 포장하고 미화하는. ‘엄친아’ 기질을 부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거예요.”

배우 임시완은 ‘엄친아’의 대표적 연예인이다. 대부분 그렇게 얘기하고, 그 역시 바른 이미지를 착실하게 쌓아왔다. MBC <해를 품은 달>, 케이블채널 tvN <미생>, 영화 <변호인> 등은 그의 순수한 매력이 강조돼 흥행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배우 임시완, 사진 NEW

그런 그가 변했다. 말끔한 얼굴로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며 숨겨놓은 발톱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일명 ‘작업대출’ 사기꾼들을 그린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에서다.

■<원라인> 임시완의 터닝포인트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까페에서 만난 임시완은 이미지 변신에 대해 자신감을 표현했다.

“‘꽃도령’ 이미지가 확실히 도움이 됐어요. 물론 제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감독의 머리에서 제 이미지를 철저히 이용해 전형적이지 않은 사기꾼 캐릭터를 만들어낸 거죠.”

이미지 변신에 대한 만족도는 한눈에 보기에도 높았다.

“얼굴 덕을 당연히 본 거죠. 이렇게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잖아요! 다들 좋게만 봐주니 굳이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속아 넘어간 거니까요. 꽤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이렇게 다른 면을 보여준다는 과정 자체가 제겐 큰 재미였어요.”

임시완은 극 중 순한 얼굴로 남의 돈을 노리는 ‘작업대출’의 샛별 ‘민대리’로 분했다. 천진난만한 느낌으로 여럿 홀리는 마성의 캐릭터를 맡기엔 그가 적격이었다.

“철저하게 감독의 계산 속에서 움직였어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제 이미지로 영화를 시작해 ‘이게 진짜가 아니구나’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감독의 도구로 활용되길 원했죠. 관객들이 ‘착하고 바른 줄 알았는데 그게 쇼였구나’란 생각을 할 수 있게요.”

첫 변신을 꾀한 작품이라 기대하는 바도 남다를 터였다.

“관객수에 대해선 기대하지 않아요. 제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 쓰거나 사서 고생하고 싶지 않거든요. 하하. 다만 행여나 작품에 관객이 많이 들었다 싶었을 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원라인>에서 자부할 수 있는 건 ‘사기꾼은 우락부락하고 범죄를 저지르게 생겼을 것이다’란 선입견을 많이 빗겨나가게 묘사했다는 점이에요.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맹한 어투로도 사기를 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나 할까요.”

그는 이번 작품을 ‘오락 영화’로 정의했다. 그만큼 가볍게 즐기길 원한다는 뜻이다.

“돈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거지, 교훈적인 메시지를 가진 영화는 아니예요. 하지만 돈이랑 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면 어떤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가령 ‘방식은 상관없이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좋은 것인가’라는 문제요.”

■인간 임시완 #주량 #제국의 아이들 #군대

“술 자주 마셔요. 주량은 소주 2병 정도죠.”

임시완의 입에서 주량을 밝힐 때에도 주위에선 잠깐 탄성이 새어나왔다. 아마도 이 ‘엄친아’ 수식어 때문일 터.

“이번 영화를 찍을 때에도 진구, 박병은 등 배우들이랑 자주 마셨어요. 그 중에선 박병은 형이 정말 잘 마시죠. 아무도 못 이길 걸요? 최근엔 진구 집들이에 갔는데, 제사에 올리는 술을 굳이 사와서 마시더라고요. 진구 형이 ‘제사가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먹고 싶어서 샀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진구와도 술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었다.

“작품 찍기 전에 진구 형이 개인적으로 술을 사주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이 영화 찍으면 술은 양껏 사줄게’라고 약속했어요. 그 말만 철썩 같이 믿고 촬영했는데, 그 즈음에 KBS2 <태양의 후예>가 대박 났죠. 이후로 광고가 쏟아지니까 진구 형이 딱 술을 끊고 식단관리에 들어가더라고요. 너무하지 않아요? 진짜 배신감 들었어요. 즐겁게 촬영하자더니, 광고가 들어오니 날 가차없이 버리는구나! 그러다가 요즘은 관계가 다시 호전됐어요. 식단 관리도 안 하고. 극적인 타협을 이룬 거죠. 크하하.”

최근 그는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오랫동안 몸 담았던 그룹 제국의 아이들이 해체하며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아이돌 활동을 안 한다고 해서 그 생활을 청산하는 건 아니에요. 가수로서 욕심을 버리지 않았거든요. OST나 팬미팅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아직도 있어요.”

그와 함께 배우로 거듭난 팀멤버 박형식도 언급했다. 그가 출연한 종합편성채널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을 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기가 전에 비해서 더 많이 늘었더라고요. 시청률도 엄청나게 잘 나오고. ‘앞으로 고기는 네가 사라’고 했어요. 하하.”

얼마 전 입대한 광희와도 연락했다며, 멤버들과 불화설을 깔끔히 정리했다.

“군대 가기 전에 한 번 보자고 전화했어요. 근데 광희가 엄청 바쁘더라고요. ‘시간 없어서 못 볼 것 같아’라고 하길래 휴가 나올 때 보자고 했죠.”

대화는 자연스럽게 입대 문제로 연결됐다. 서른 살이 된 만큼 군 문제에선 더이상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남들은 이미 숙제를 해결했지만, 전 아직 미루고 있는 셈이죠. 언젠가는 해야하는 거라 빨리 해결하고 싶었지만 여건상 여의치 않았어요. 이젠 더이상 입대를 미루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올해로 생각하고 있죠. MBC <왕은 사랑한다> 이후로 군대 가려고 노력할 예정입니다.”

한편 임시완이 출연한 <원라인>은 평범한 대학생 ‘민재’가 작업 대출의 베테랑 ‘장과장’(진구)을 만나 은행을 상대로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기극을 담은 작품이다.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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