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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스포츠 희망을 찾아서④] 제3세계 ‘스포츠 엘리트 산실’로 우뚝선 서울대학교

드림투게더마스터스(DTM) 학생들이 2015년 경기 이천훈련원에 마련된 장애인펜싱 국가대표 훈련장을 찾아 경기용 휠체어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쓰고 있는 용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대 국제스포츠행정가 양성사업단 제공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 7월 런던올림픽 기간 중 주경기장 근처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세계 언론들을 대상으로 원대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해외 스포츠 인력을 한국으로 초빙해 무료로 교육시킨 뒤 돌려보내 자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초청 대상국은 상대적으로 스포츠가 낙후된 개발도상국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먹고 사는 것을 ‘주는’ 식으로 이뤄진 공적개발원조(ODA)를 스포츠 쪽으로 확대·발전시켜 제3세계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이후 5년이 지났다. 쉽지 않아 보인 꿈은 보람찬 현실이 됐다. 정부가 국제적으로 선언한 국책사업을 서울대가 드림투게더마스터스(DTM)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현했다.

서울대는 2013년 초 정부 입찰에 참여해 다른 경쟁자 4곳을 제치고 사업권을 따냈다. 개도국 스포츠 엘리트들을 초빙해 한국과 외국의 최정상급 교수들로부터 배우게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동시에 학생들에게 한국스포츠 현장과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해 지한파, 친한파로 만든다는 계획도 호평을 받았다. 한국에서 공부를 마친 이들이 자국 스포츠계의 핵심 인사로 일하면서 향후 한국과의 스포츠 교류를 전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5년간 총 사업비 100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서울대는 경비절감을 위해 코스 과정을 빡빡하게 짰다. 2년 동안 배울 것을 17개월로 압축했다. 그 기간 중 10개 과목(과목당 15주)을 듣고 논문까지 써야 했다. 물론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이같이 빡빡한 학업일정 속에 국내 스포츠 시설과 단체들을 두루 다녔고 한국 문화도 체험했다.

드림투게더마스터스(DTM) 3기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스포츠행정가 양성사업단 제공

학비는 물론 항공료, 생활비 등 모든 비용을 전액 국고로 지원됐다. 서울대는 현물 대응자금 40억원을 투자했고 행정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이들에게 좋은 혜택을 주는 것은 비용이 많고 적음을 떠나 철학적인 문제”라며 “이들이 한국에 대해 고마움을 느껴야만 한국에게 뭔가를 되돌려주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대는 첫 해 입학생을 받기 위해 아시아 곳곳을 다니며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렇게 해서 121명(26개국)이 지원했고 18명(16개국)이 2013년 9월 1기 입학생이 됐다. 서울대는 30명 안팎 교수진 중 절반은 국내 인사로, 절반은 해외 인사로 꾸려 균형을 맞췄다. 해외 교수 중 다수는 서부 유럽, 북미 등 소위 스포츠 선진 대륙에서 왔다. 1, 2, 3기 통틀어 단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성공적으로 과정을 이수했다. 지금은 지난해 9월 입학한 4기 25명이 학업에 매진 중이다.

4기 학생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DTM 혜택을 본 사람은 79명(37개국)이다. 아시아, 북중미, 남미, 아프리카, 동부유럽, 오세아니아 등 서부 유럽, 북미를 제외한 각 대륙에서 골고루 선발됐다. 오는 9월 입학하는 5기에도 44개국에서 100명 가까운 지원자가 몰렸다.

드림투게더마스터스(DTM) 학생들이 지난해 고척돔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대 국제스포츠행정가 양성사업단 제공

DTM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서울대에서 정식 석사학위를 받는다. DTM 과정을 마치고 돌아간 사람들은 자국 스포츠계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기한 교수는 “학생 대부분은 자국 체육회, 세계 스포츠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엘리트들”이라며 “DTM 과정을 마친 뒤 자국으로 돌아가서도 각 종목 협회장, 정부 관료, 연구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점점 DTM은 세계 스포츠 단체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실질적인 업무 협조도 확대됐다. 각국 체육회(NOC)를 비롯해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국가올림픽연합회(ANOC), UN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UNOSDP) 등 굵직한 단체들과 국제 파트너십이 체결됐다.

최근 서울대는 영국에 있는 세계적인 대학평가기관인 ‘QS(www.topuniversities.com)’로부터 2017년 스포츠 수업 과정이 가장 마련된 대학교 세계랭킹에서 공동 7위에 올랐다. 물론 서울대 역대 최고 순위다.

드림투게더마스터스(DTM) 학생들이 외국인 강사를 초빙해 특강을 듣고 있다. 서울대 국제스포츠행정가 양성사업단 제공

DTM 사업은 내년 2월이면 5년 계약기간이 끝난다. 정부는 올해 중반쯤 이 사업을 계속할지, 중단할지를 결정한다. DTM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정슬기 주무관은 “국제스포츠계에서 개도국 스포츠 프로그램 중 한국이 선도해 진행하는 사실상 유일한 프로그램”이라며 “매년 DTM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주무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DTM이 필요하다는 데 국내 스포츠계가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며 “사업자가 바뀔지 안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사업은 계속 진행돼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국고를 받아 서울대에 지급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기금평가팀)은 지난 2월 공단의 국제교류사업 41개를 대상으로 자체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DTM은 평균 81.9점을 훨씬 웃도는 94.8점을 받아 상위 3위 우수사업으로 선정됐다.

드림투게더마스터스(DTM) 학생들이 한복 등 우리나라 전통 의상으로 갈아입고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대 국제스포츠행정가 양성사업단 제공

서울대 산하 국제스포츠행정가 양성사업단 강준호 단장(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은 “한국이 세계 스포츠계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사실상 유일한 사업으로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5년 전 이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정착시킨 강 단장은 “스포츠계에서 좋은 제도, 좋은 환경을 만드는 힘은 결국 훌륭한 행정가로부터 나온다”며 “좋은 엘리트 자원과 훌륭한 교수진을 연결시켜 뛰어난 의사결정자를 양성함으로써 국제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게 DTM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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