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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시즌 타고투저의 시대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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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O리그는 ‘타고투저’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2014시즌을 기점으로 타자들의 강세가 확실히 두드러진다. 개막을 앞둔 2017시즌은 달궈진 방망이가 조금이나마 식을지가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리그 타율은 지난 세시즌 2할8푼 이상을 웃돌았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인 2할9푼까지 찍었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무려 40명이나 3할 타율을 넘어섰다.

그 사이 리그 팀 홈런도 1000홈런도 돌파했다. 리그 확대 영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수치가 너무 가파르다. NC가 처음 리그에 합류한 2013년에 리그 홈런은 798개였지만 이듬해 1162홈런으로 치솟았고, KT가 가세한 2015년에 1511홈런, 지난해에는 1483홈런이 나왔다.

투수들이 고전하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리그 평균자책도 치솟았다. 2014시즌에 사상 첫 5점대 평균자책(5.21)을 기록하더니 2015시즌 4.87, 2016시즌 5.17으로 타자들의 기세에 밀렸다.

올해는 조금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원인으로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따른 타격 거품론, 여기에 유망주 투수의 성장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심판진은 올해부터 스트라이크존을 최대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범경기부터 타자 바깥쪽과 하이볼에 공 하나 정도 늘어난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됐다. 공 한개의 차이는 크다. 투수들은 심리적 여유를 갖게 됐고,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 싸움에서 불리함을 안았다. LG 양상문 감독은 “투수나 타자들이나 얼마나 준비를 하고 적응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에이스들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시즌 40승을 합작한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두산)을 비롯해 헥터 노에시(KIA), 앤디 벤헤켄(넥센), 데이비드 허프(LG), 메릴 켈리(SK) 등 정상급 외국인 투수가 건재하다. 타 구단들도 에이스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화는 총 330만달러를 들여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력을 가진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를 영입했다. NC의 제프 맨쉽도 지난해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선수다. 삼성이 에이스로 데려온 앤서니 레나도도 수준급 기량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는다.

새로운 변수는 ‘타고투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까. 지난 시즌처럼 일방적인 ‘타고투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범경기만 보면 가능성이 보인다.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리그 타율은 2할7푼, 경기당 1.73홈런, 평균자책 4.72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타율이 2할6푼6리, 경기당 1.28홈런, 평균자책 4.40로 뜨거웠던 방망이가 조금 주춤한 모습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여전히 ‘타고투저’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에이스급 투수의 기량이 좋아졌다지만 10개 구단으로 리그가 확대되면서 약해진 투수층은 단기간에 회복될 것 같지 않다. 타자들의 기술과 파워가 아직까지 투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시범경기 기록이 다소 낮아졌지만 2015년(타율 0.250, 경기당 1.42홈런, 평균자책 3.95)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여서 방망이에 불이 꺼질 것이라고 쉽게 단언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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