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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이스’ 김재욱 “‘닥치고 살인’ 모태구…어쩌다 보니 인생작”

배우 김재욱은 데뷔 16년차 배우다. 2002년 MBC <네 멋대로 해라>로 연기에 입문한 뒤 MBC <커피프린스 1호점> KBS2 <감격시대> <매리는 외박중> 등 여러 작품에서 얼굴을 알렸지만 이름을 내건 대표작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로맨틱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도도한 이미지로만 기억되는 것도 숙제였다.

그런 그가 단 한번에 모든 걸 해결했다. 케이블채널 OCN <보이스>서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인 악역 ‘모태구’로 분하면서부터다.

배우 김재욱, 사진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욱은 오랫동안 배우 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다양한 생각들을 신중하게 풀어냈다. 인생캐릭터 ‘모태구’를 맡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조바심 내지 않았던 이유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엿보였다.

“‘모태구’는 오랫동안 기다린 친구 같아요. 데뷔 이후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대중이 인식하는 김재욱은 선한 이미지잖아요? 흥미 가는 역을 선택하는 데에 제한이 생기더라고요. 그걸 억지로 바꾸는 건 제 힘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요. 운명적으로 그런 시기가 오길 기다려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모태구’는 아주 오래 기다린 캐릭터죠.”

‘원샷’ 인기 한방으로 그동안 마를 대로 말랐던 갈증을 풀어냈을까. ‘모태구’는 매회 퇴폐미와 잔인성을 오가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다.

“솔직히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어요. 당황스러웠죠. 연기하면서 ‘끔찍한 인물이지만 여자들이 보기에 섹시하게 느끼도록 해야지’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니까요. 하하. 아마도 ‘모태구’를 연기해서 나올 수 있었던 평가였던 것 같아요. 악인이지만 뭔가 오묘하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인물이니까요. 무엇보다도 OCN이란 채널은 다른 채널보다 표현의 제약이 덜 해서 그 혜택을 제가 받은 것 같아요.”

워낙 강렬한 배역이라 이미지 변신에 중점을 뒀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작품을 선택할 땐 이미지 변신보다는 배우로서 도움이 될런지,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는지를 보니까요. 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배우로 남고 싶거든요.”

그러나 이런 의욕만으로는 ‘모태구’에 쉽게 접근할 순 없었다. 워낙 잔인하면서도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인물이었기에 철저한 계산 속에서 빚어내야 했다.

“개연성 없이 살인하는 캐릭터를 어떻게 뚫고 들어가느냐의 고민이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연기해도 보는 사람이 의문을 가지면 성공한 게 아니니까요. 초반엔 ‘모태구’에 대한 정보도 너무 없어서 ‘그냥 죽이는 걸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정하고 접근했어요. 그러면서도 ‘그로테스틱한 취향을 가진 상류층’이란 설정이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고민을 계속 했습니다. 어떻게 몰입했냐고요? 개인을 미워한 적이 없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어느 집단에 분노한 적은 많거든요. 그 느낌을 생각하면서 찍었어요.”

‘퇴폐적인 악역’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낸 것도 그의 노력 덕분이었다.

“외형적으로 우아하게 보이는 게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가 봐도 빈틈없는 정장 차림으로 우월한 매력을 가졌으면 좋겠다고요. ‘모태구’의 치밀한 면이 외모에서 표현돼야 나중에 살인범이란 사실이 드러났을 때에도 시청자에게 공포로 다가올 것 같았거든요.”

‘이미지 변신’과 ‘인생작 경신’을 모두 이룬 김재욱. <보이스 시즌2>에서도 볼 수 있을까.

“글쎄요. 지금은 개인적으로 ‘모태구’란 인물을 잘 정리하고 있는 단계라 시즌2를 생각할 시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열린 결말이었지만 ‘모태구’는 그렇게 공포를 느끼면서 죽었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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