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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딥젠고’ 등 인공지능, 인간 고수들과 본격 승부 돌입

안조영 9단(오른쪽)이 중국의 강자 구리 9단을 꺾고 몽백합배 본선 합류를 확정지은 뒤 승부 과정을 되짚어 보고 있다. 사진|시나닷컴 제공

‘인간 대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반상싸움이 펼쳐진다.’

봄과 함께 세계바둑계도 2017년의 기지개를 켰다. 지난해 중국의 초강세 속에 ‘무관’으로 추락한 한국바둑으로서는 반격의 교두보를 놓아야 할 2017년이다. 그 첫 무대가 국제바둑연맹(IGF)이 주최하고 중국위기(圍棋)협회가 주관하는 몽백합배다.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제3회 MLILY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통합예선에서 한국은 14장의 본선티켓을 획득했다. 조금 아쉽지만, 실망할 성적표는 아니다.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시작된 이번 대회에는 모두 420명이 출전해 44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렸다. 그중 한국은 프로기사 106명(남자 92명, 여자 14명)과 아마추어 8명이 출전해 프로 10명과 아마추어 4명이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여자조에서 본선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했지만, 아마추어조에서는 4장(박종욱·박상준·조남균·문유빈)의 티켓을 싹쓸이 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30일 치러진 일반조 결승에서 안조영 9단이 중국의 ‘간판스타’ 구리 9단을 꺾으며 이번 대회 최고의 파란을 일으켰다. 안9단 외에 박영훈·강동윤 9단, 나현·강유택 8단, 이지현·안국현·한태희 6단, 신민준 5단, 한승주 4단 등도 본선합류 소식을 전했다.

여기에 한국은 전기 대회 준우승 자격으로 시드를 받은 이세돌 9단과 국가시드 3명(박정환·최철한 9단, 신진서 6단)이 본선에 직행했다. 총 18명이 올시즌 첫 세계대회 우승컵 사냥에 나서는 것이다.

반면 주최국 중국은 30명이 통합예선을 통과했다. 여기에 전기 대회 우승자 커제 9단과 국가시드 5명(저우루이양·퉈자시·천야오예·탕웨이싱·당이페이 9단)과 와일드카드 미위팅 9단 등 모두 37명이 본선에 나선다.

이 밖에 통합예선에서 전원 탈락한 일본은 다카오 신지 9단, 고노 린 9단, 위정치 7단 등 3명이 국가시드로 본선에 올랐다. 대만은 시드인 샤오정하오 9단 홀로 대륙을 밟는다. 북미에서는 리리옌·인밍밍 초단이, 유럽에서는 일리야 쉭신과 마테우스 수르마가 본선 출전권을 받았다.

몽백합배 통합예선 결승에서 박재근 2단을 꺾고 본선에 합류한 박영훈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이로써 64강 멤버 중 63명은 확정됐다. 이제 남은 것은 1장의 와일드카드뿐이다. 그 주인공은 바둑 인공지능(AI) ‘딥젠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기원은 통합예선이 벌어지기 전 일본기원에 공문을 보내 ‘일본판 알파고’로 불리는 ‘딥젠고’의 와일드카드 출전 가능성을 문의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기원이 발표를 미루고 있지만, 일본기원은 이미 ‘딥젠고’의 대회 출전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I가 인간의 틈바구니 속에서 동등한 자격으로 자웅을 겨루는 ‘영화 속 상황’이 바둑계에서 현실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구기호 <월간 바둑> 편집장은 “AI가 공식 세계대회에 출전해 인간 고수들과 본격적으로 승부를 겨루는 일은 세계 스포츠사에도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딥젠고’의 우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박정환 9단의 우승으로 끝난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봤듯이 딥젠고는 ‘양자충’ 등 바둑의 세밀한 부분에서 치명적 약점을 보이고 있다”며 “치열하게 부딪쳐 가는 인간 고수들을 압도하기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우승상금 180만위안(약 2억9200만원)이 걸린 몽백합배 본선 64강과 32강은 6월19일과 21일 중국기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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