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이것이 운명이다’ 성장통 겪은 위너의 ‘절치부심’

데뷔 4년차, 하지만 ‘위너(WINNER)’라는 그룹 이름은 여전히 낯설다. 멤버인 송민호나 강승윤, 이승훈 등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인지도에 비교하면 말이다. 2013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데뷔 서바이벌에서 지금은 ‘아이콘’으로 활동 중인 동생 연습생들을 제치고 ‘위너’라는 이름을 따냈을 때. 그리고 2014년 데뷔 앨범을 내고 그해 연말 각종 시상식을 석권했을 때까지만 해도, ‘위너’라는 이름은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공백기는 대책 없이 길어졌다. 데뷔 앨범 후 1년6개월 만인 지난해 초 연작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앨범 <엑시트(EXIT:E)>를 냈지만 연작은 이어지지 않았고, 다시 공백기가 시작됐다. 거기다 지난해 11월 미소년의 얼굴에 미성의 목소리로 팬 층을 확보했던 남태현이 개인사정으로 팀을 떠났다. 위너는 팀의 이미지보다는 예능에 등장하는 송민호와 강승윤의 모습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4월4일 오후 4시 새 앨범 ‘페이트 넘버 포’를 출시하는 4인조 그룹 위너. 왼쪽부터 이승훈, 송민호, 김진우, 강승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그렇게 4월4일 새 앨범을 내는 위너에게는 여러모로 절치부심한 등장이다. 그들은 4일 오후 4시 4인조로 변모한 후 첫 앨범 <페이트 넘버 포(FATE NUMBER FOR)>를 발매했다. YG의 대들보인 빅뱅이 멤버들의 군 입대가 시작되며 자리를 비우는 동안 위너는 YG의 아이돌 맏형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팬들에게도 기다림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 앨범 발매와 함께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멤버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바로 “많이 활동하고 싶다”였다.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드릴 순 없지만 예능 미팅도 했고요. 방송을 통해서나 아니면 팬 미팅 등 다양한 홍보수단을 통해 최대한 많은 팬들과 만나고 싶어요.”(강승윤)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공을 많이 들였다. ‘트로피칼 하우스(Tropical House)’ 장르의 타이틀곡 ‘릴리릴리(Really Really)’에는 작사에 강승윤, 송민호, 이승훈이, 작곡에 강승윤이 참여했다. 단조 느낌의 알앤비 발라드 ‘풀’은 오롯이 강승윤 혼자 가사를 썼다. 이들은 데뷔 후 첫 댄스 타이틀곡을 위해 미국 LA 올 로케 뮤직 비디오를 촬영했고, 이 작업에는 리한나, 릴 웨인, 저스틴 비버, 브리트니 스피어스, 자넷 잭슨 등의 유명 팝 아티스트들과 함께 한 데이브 마이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금까지는 좀 무겁고 진중한 음악을 많이 보여드린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딱 우리 나이 대에 맞는 젊고 풋풋한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또 ‘풀’은 기존의 위너하면 떠오르는 ‘마이너’ 감성이 담겼어요. ‘릴리릴리’와는 정반대의 곡을 원했죠.”(강승윤)

4월4일 오후 4시 새 앨범 ‘페이트 넘버 포’를 출시하는 4인조 그룹 위너. 왼쪽부터 강승윤, 송민호, 이승훈, 김진우.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이러한 소속사의 강력한 지원은 그동안 위너가 제대로 바람을 타지 못했던 부채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편이 맞다. 게다가 공백기 동안 위너는 멤버가 줄었다. 5인조에서 4인조로 줄면서 안무 동선이 조금 바뀌었고, 남태현의 자리는 맏형 김진우의 목소리로 대거 메워졌다.

“쉬는 동안 <어린왕자>라고 국립현대무용단의 공연에 참여했어요. 그러면서 무대에서의 표현력이나 자신감이 늘어났고요. 목소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가 아니어도 동생들이 다재다능하니까 저는 제 역량을 높이는데 몰두했죠.”(김진우)

팀으로서의 공백은 힘 빠지는 일이었지만 다행히 그 사이에 멤버 개인의 인지도는 올라갔다. 특히 송민호, 강승윤으로 대표되는 ‘예능형’ 멤버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엠넷 <쇼미더머니4> 준우승으로 랩퍼로서 이름을 알렸던 송민호는 이어 tvN <신서유기 3>를 통해 특유의 4차원에다 맹한 매력도 선보이며 대중과의 거리를 좁혔다. 강승윤 역시 엠넷 <슈퍼스타K>에서의 록커 이미지를 벗고 SBS 예능 <꽃놀이패>를 통해 ‘예능형’ 아이돌로 변신했다.

“처음은 긴장되고 많이 얼었었죠. 하지만 있는 그대로 임했는데 편집이 너무 재미있게 된 것 같아요. 한 쪽으로는 친숙하고 좀 모자란 캐릭터 이미지가 가수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지만 결국 풀어나가는 건 제 숙제겠죠. 그래도 관심과 화제는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인지도도 오르고요.”(송민호)

무엇보다 공백기를 무게로 느끼지 않고 자신을 채우는 여유를 체득한 것은 큰 수확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다른 회사와 달리 그룹 내 자체 생산을 중시하고 곡이 나오지 않으면 활동을 언제할지 모르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래서 팬들의 입장에서는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듯한 시간의 연속이지만 멤버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성숙을 기하는데 도움이 된다.

4월4일 오후 4시 새 앨범 ‘페이트 넘버 포’를 출시하는 4인조 그룹 위너. 왼쪽부터 이승훈, 송민호, 김진우, 강승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이번 활동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춤을 췄어요. LA에 뮤직 비디오를 찍으러 갔는데 ‘문화 충격’을 받았죠. 현지의 댄서들이나 스태프들은 정말 자유로운 삶 속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삶을 통해 자연스레 묻어나는 흥을 추구하더라고요. 저희도 안 그랬던 건 아닌데 직업으로 노래하고 춤을 추는 입장에서 많이 본받고 싶은 모습이었죠. 뭔가 다른 단계의 삶을 본 것 같았어요. 분명 이전 공백기에서는 조급한 마음도 있었는데 나를 위한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이승훈)

어쨌든 이렇게 모인 공력을 이제는 무대와 팬들에게 쏟아 부을 때다. 위너는 컴백과 맞춰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콘셉트 쇼룸’을 마련하고 팬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방송활동 역시 기존 엠넷과 SBS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MBC <음악중심>까지 출연을 확정했다. 지난해 한 번 연작시리즈의 실패를 맛본 위너는 올해는 기필코 ‘팬들을 위한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계획은 되도록 많은 무대에 서고 싶고요. 이번 노래를 통해 저희를 알리고 싶어요. 이번 활동에 앞서 멤버들과 그 이야기를 했거든요. 우리가 지금 위치나 실력, 색깔에 안주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는 그룹이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회사 선배인 빅뱅 선배들의 모습을 닮고 싶어요. 10년이 가도 계속 성장하는 모습처럼 저희도 계속 성장하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강승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