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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라인’ 박종환 “임시완과 브로맨스, 참 고맙죠”

배우 박종환은 낯선 이름의 배우다. 그러나 KBS2 <프로듀사>의 차태현 형, 엠넷 <더러버>의 박환종 역의 배우라면 그제야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또 이들을 연기한 이가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 속 의리있는 건달 ‘기태’와 동일 인물이라고 하면 ‘어머’하고 놀라게 된다. 이토록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가 왜 이제야 빛을 봤을까.

영화 <원라인>에 출연한 배우 박종환이 23일 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박종환은 최근 ‘기태’의 센 에너지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소녀처럼 수줍은 얼굴로 ‘스포츠경향’과 만났다. 팔색조란 수식어가 적격이었다.

■“임시완과 만나 다행이에요”

박종환은 <원라인>에서 임시완과 예상치 못한 브로맨스로 웃음을 선사한다. 괄괄하고 무식한 건달이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덕에 자신을 한단계 발전시킨 ‘민재’(임시완)를 끝까지 신뢰하고 지킨다. 혼자만 멋진 배역 아니냐고 짓궂게 물으니 슬며시 미소가 번지는 그다.

“‘기태’는 범죄 영화에서 딱히 긴장감을 자아내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민재’에게 따뜻한 마음을 주는 걸 담당했던 것 같아요. 유일한 조력자였잖아요. 실제로도 ‘기태’처럼 임시완과 지내면서 그런 느낌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게 하려 했죠. ‘둘이 사귀느냐’고 묻는 장면에서는 이 느낌이 좀 더 빛을 내 서로 행복해 보였으면 싶었는데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영화 ‘원라인’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박종환, 사진 NEW

박종환의 존재감은 임시완을 만나 확실히 커졌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앞서는 건달 ‘기태’가 ‘민재’로 인해 사기꾼으로, 또 다시 의리파로 변하는 과정은 이 작품의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임시완은 굉장히 고마웠던 배우죠. 촬영하면서 많은 배우를 만난 건 아니지만 임시완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어떻게 연기할지 정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저도 불안한데, 상대인 시완인 얼마나 더 불안하겠어요? 그런데 전혀 기색도 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주더라고요.”

영화 <원라인>에 출연한 배우 박종환이 23일 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원라인> 합류는 평소 친분이 있던 양경모 감독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대본을 봐달라고 자신을 불러 기태 역을 맡겼다고.

“<원라인> 이전에 양 감독과 잠시 작업한 적이 있어요. 당시에 어떤 게 더 좋은 연기인지 서로 의견을 공유했었죠. 양 감독은 제가 혼자서 곱씹게 되는 얘기들을 많이 했어요. <원라인> 캐스팅을 할 때에도 ‘이 영화로 사람들에게 뭘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그걸 공유할 수 있는 배우가 캐스팅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태 역은 네가 맡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재미도 중요하지만 풍성하고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요.”

영화 <원라인>에 출연한 배우 박종환이 23일 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원래는 연출 전공…방황하다 배우 됐죠”

박종환은 원래 연출을 꿈꿨다. 서울예술대학 영화과에 진학해 감독으로 성장하기 위해 매진했다. 그런 그는 왜 갑자기 배우의 길로 접어든 것일까.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어요. 그들이 저보다 신선하고 뛰어난 것 같더라고요. 또 연출은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데 전 역량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학교를 그만뒀어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지만 대신 할만한 일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뭘할까 생각하는데, 결국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어느 새 제가 영화만 보고 있더라고요. 그럼 뭘 해야할까. 그래서 연기를 시작했죠. 연출 공부를 할 때 배우가 부족하면 서로 연기 품앗이를 했었는데, 연기도 굉장히 재밌더라고요. 그러다 독립영화 <독이 담긴 잔>(감독 소봉섭)이란 영화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죠.”

영화 <원라인>에 출연한 배우 박종환이 23일 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매우 힘들게 촬영한 영화였지만 그만큼 자양분이 됐다. 감독이 그의 연기력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해 자신과 싸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게 자기 검열이 심한 소 감독이 어느 날 제게 그러더라고요. ‘난 네가 계속 연기했으면 좋겠다’고요. 그 말을 듣고 제가 하는 일에 비로소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어요.”

어렵게 배우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박종환. <원라인>으로 확실히 눈도장도 받았으니 또 다른 바람이 생기지 않았을까.

“연기 잘하는 배우도 좋지만 반가운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경계하면서요. 현실적인 걸로는 재작년엔 돈을 좀 벌었는데, 작년엔 돈을 거의 못 벌었거든요. 주변에서도 그걸 가장 걱정하고요. 그래서 연기를 한 만큼만 벌었으면 좋겠어요. 안정감을 줄 수 있을 정도로요. 하하.”

한편 박종환은 1982년생으로 데뷔 이후 영화 <가려진 시간>, <양치기들>과 드라마 KBS2 <프로듀사> <더러버>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가 출연한 <원라인>은 전국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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