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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① ‘어느날’ 천우희 “처음엔 고사…김남길 만나고 ‘오케이’”

배우 천우희에게 웃음은 있을까. 이 무지몽매한 선입견은, 그만큼 강했던 그의 스크린 탓이다. 어딘가 아프고 어두울 것 같은 그녀는, 영화 <써니>에서부터 <한공주> 그리고 <곡성>까지 이어진 그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던 때문이다. 그가 생경스럽게도 스크린에서 웃는다. 밝고 순수한 그를 ‘어느날’ 영화 <어느날>에서 만났다.

영화는 <멋진 하루> <여자, 정혜>를 연출한 이윤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사고로 영혼이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의 아픔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미소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의 전작을 들춰내다보면 연기 변신은 불가피하다. 과정의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우희는 기자를 ‘미소’로 맞았다.

배우 천우희 사진. 스포츠경향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Q 영화 속 인물 ‘미소’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 미소는 영혼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이나 느끼는 것들은 아주 인간적이고 또 일반적이에요. 그래서 더욱 조금 더 친근하고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미소를 떠올렸을 때 살이 닿는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는데 어떤 이미지 같은 것으로만 캐릭터가 보여서 처음에는 그런 것들이 조금 고민스러웠죠.

Q 그간 맡았던 역할들과 많이 다른 인물이다. 성격도, 말투도 그렇다.

-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우리가 생활하면서 쓰는, 일반적인 말투를 넣을 수 있을까 했어요. 무슨 방법이 좋을까 하다가 실제 나의 말투를 묻혔죠. 그런데 너무 또 과하게 현실 말투를 쓰다 보면 캐릭터가 깨질 수도 있으니까, 아주 일상적인 말투도 아닌 것 같이 또 아주 가상 인물 같은 것도 아닌 것 같이 그 줄타기를 잘해보려 했어요. 너무 한 쪽이면 캐릭터가 깨지고 또 너무 한 쪽이면 영화 속의 인물로만 보이게 되니까요. 이 두 가지를 잘 중첩 시키는 게 관건이었죠.

Q 언론시사회에서 ‘미소’에게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인가?

- 제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고 했던 이유는 미소가 극 중 보이는 반응이나 말투 때문이었어요. 미소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 조금 더 예쁘고 또 어떻게 보면 청순한 느낌을 담아야 할 것 같다라 생각했지만, 사실 연기를 할 때는 저 스스로가 편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말투 같은 것이나 행동 같은 것들을 제 식으로 풀어냈어요. 정형화된 말투와 성격을 가진 인물을 연기할 때 기존의 방식처럼 진행하면 나도 또 관객분들이 보기에도 조금 식상하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 더 그런 것들을 깨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한 번 고사했다고 들었다. 이유가 궁금하다.

- 첫 느낌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당시 명확하게 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길 만큼의 무언가를 받지 못했었어요. 그래서 주저했었는데 이후 이윤기 감독님과 남길 오빠와 한 차례 자리를 가지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사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감독님의 색깔과 저와 남길 오빠의 호흡 같은 것들이 합해지면 영화가 좀 더 괜찮아 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Q 감독님과 김남길과의 호흡을 안 들어볼 수가 없을 것 같다. 어땠나?

- 무척 좋았어요. 첫 촬영이 차 안 장면이었는데, 감독님이 ‘그냥 알아서 해’라고 하셨어요. 남길 오빠와 대화하는 장면인데 그 장면을 찍게 되면서 정말 많이 재밌는 순간도 나왔었고. 영화 준비 단계에서도 감독님이랑 편하게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남길 오빠와도 어색하지 않게 상황들이 순조롭게 진행 됐어요. 오빠가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하나하나 신경 쓰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은데, 오빠가 스태프들도 신경 쓰고 현장도 신경 쓰고 거기에다 상대 배우인 저까지 많이 신경 써 주어서 참 고맙고 큰 도움이 됐어요.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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