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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② ‘어느날’ 천우희 “촬영장 ‘추리닝’ 출근…캐릭터란 옷 쉽게 갈아 입으려”

Q 상대 배우인 김남길 씨와 성격이 잘 맞았나?

- 배우는 아무래도 사람들 앞에 서게 되는 직업이니만큼 신경 쓰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촬영장에 자주 트레이닝복을 입고 가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 장난스럽게 ‘신경 쓰고 다니는 게 어때’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 때 저는 또 제 식으로 설명해 드리면서 장난스럽게 대답하거든요. ‘저는 캐릭터라는 옷을 입어야 하니까, 그 전에 아주 편안한 상태로 오는 거예요’하고요. 저는 오늘 뭐 입지? 라고 생각하는 시간을 연기 생각하고 작품 생각하는 시간으로 채우는 게 좋아요. 그렇게 장난치며 설명을 하면, 옆에서 남길 오빠는 ‘그래, 맞아!’라고 거들어줘요. 이렇게 소소한 부분들이 잘 맞았어요.

배우 천우희 사진. 스포츠경향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Q 이야기를 들으니 털털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있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건가?

- 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제가 좋아요. 물론 예쁘게 꾸미는 것도 좋기는 한데, 원래 성향 자체가 그래요. 그래서 더 연기하면서 다른 모습으로 분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화보 작업 같은 것도요. 저도 몰랐던 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 같은 것이 의미 있어요. 배우로서 현장에 와서 연기하는 것과 또 아무것도 없이 연기연습 할 때랑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느껴요. 거창한 건 아니지만, 연기를 시작하는 의식 같다고 할까? 그런 부분이 있어요.

Q 믿고 보는 배우, 충무로의 연기파 배우라 불린다. 칭호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

-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기분은 좋아요.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까 인정받는 기분도 들고요. 그런데 한 편으론 부담도 살짝 돼요. 저는 지금이 막 시작이라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욕구가 큰데 혹시나 그 호칭에 저 스스로가 갇히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들이요. 최선의 선택과 또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조금 과감할지라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그러다 나이가 들었을 때 지금의 호칭들이 스스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되면 좋겠어요.

Q ‘빠르지 않은 속도감이 좋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지금도 그러한가?

- 여전히 그래요. 저는 운이 좋은, 복 받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곡성도 그렇고, 한공주도 그렇고, 써니도 그렇고 이 모든 작품이 모두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았고 또 그 영화 안에서 제 모습이 살아있었어요. 이번 영화도 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고요. 제가 너무 빨랐으면 저 스스로 지쳤을 것 같아요. 기다리지 못하거나 쫓아가지 못할 때에서 오는 괴로움들이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지금이 참 좋아요.

Q ‘한공주’ 때의 배우 천우희와 지금의 배우 천우희는 다르다. 그 때 이렇게 될 거라 상상했나?

- 그 때 보다는 훨씬 경력도 쌓였고 그리고 인정도 많이 받고 있고 그리고 조금 더 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죠. 그런데 그 때와 달라진 점은 그다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사랑도 많이 받고 작품도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다른 마음가짐은 들지 않아요. 제가 이루고 싶은 방향이나 이상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완벽한 연기를 해 보는 것이 꿈인데, 솔직히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요.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작업이니까, 이룬다기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 같아요. 그런 마음들은 한공주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Q 배우 천우희가 돌아가고 싶은 단 하루, 어느 날이 있다면?

- 연기 처음 시작했을 때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영화 시작했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거든요.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냥 연기가 재미있어서 오디션을 봤는데 잘 되어서 단역으로 무대에 선 것이었거든요. 만약 지금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시 오지 않는 순간인데, 그 소중한 느낌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냈던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쉬운 기분이 있어요.

천우희의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어느날>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남녀가 서로 만나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5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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