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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오현의 변치않는 가치, 현대캐피탈의 우승 만든 퍼즐

여오현(왼쪽)이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리시브하는 모습. 현대캐피탈 제공

마흔 살의 나이. 체력 소모가 많은 배구 선수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경우다. 그렇지만 40대에 접어든 현대캐피탈 리베로 여오현(39)은 코트에서 여전히 변함없는 가치로 빛나고 있다. 올 시즌 남자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오현은 지난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끝난 NH농협 2016∼17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15번이나 상대 득점을 가로채는 플레이(디그)를 해내면서 신들린 수비력을 뽐냈다. “현대캐피탈 수비 능력이 기적같았다”며 고개를 숙인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에게 가장 얄미운 선수는 어쩌면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문성민보다 여오현일 수도 있다. 여오현은 정규시즌에도 김학민, 곽승석, 밋차 가스파리니로 이어지는 대한항공 공격라인에 높은 디그 성공률을 보여줬다. 이날은 12번의 정확한 리시브에 세트도 3개나 성공시키면서 맹활약했다.

열정만큼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플레잉코치라는 직함을 갖고 조카뻘 되는 후배들과 함께 뛰지만 코트에 서는 순간 가장 활동적이고,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가 여오현이다. 여오현은 2012∼13시즌 뒤 삼성화재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현대캐피탈은 수비 약점을 메우는 동시에 우승 DNA를 이식하기 위해 적지 않은 나이의 여오현을 영입했고, 여오현은 4시즌 만에 현대캐피탈의 한을 푸는 ‘열쇠’가 됐다. 올 현대캐피탈 우승 멤버 가운데 우승을 경험했던 선수는 여오현 뿐이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여오현은 후배 선수들에게 ‘롱런’하기 위한 롤모델도 통한다. 최태웅 감독의 조언으로 오프시즌에는 탄수화물을 줄인 식단을 챙겨 먹고, 필라테스, 코어트레이닝 등으로 유연성 훈련을 가다듬는다. 순발력과 스피드는 물론 체력에서도 젊은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다. 올 시즌 여오현은 61.71%의 서브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했다. 세트당 디그도 1.98개로 전체 4위에 올랐다. 불혹의 나이지만 팀 내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도 여전하다. 최 감독이 추구하는 ‘업템포’ 배구의 중심에는 다재다능한 여오현이 빠질 수 없다.

여오현은 이제 ‘전설’을 향하고 있다. 배구공을 향한 악착같은 집념으로 코트에 서면서 8번째 챔프전 반지를 손에 넣었다. V리그 통산 최다 우승 타이 기록(고희진·김정훈)이다. 몸을 사리지 않고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여오현이 흘린 땀의 결과물이다. 지금같은 경기력이라면 “45세까지 현역에서 뛰고 싶다”는 그의 꿈도 결코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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