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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독가스 참극’ 러시아·미국 충돌…러 “급조된 결의안 수용 못해” 미 “독자 행동하겠다”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州) 칸셰이칸 지역서 벌어진 ‘독가스 참극’을 놓고 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72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낸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현장조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러시아가 반발하자, 미국은 유엔이 단합돼 대응하지 못한다면 ‘독자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서방은 이번 참극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소행으로 규탄하고 있지만,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는 시리아 반군으로 책임을 돌리면서 공방전이 거세지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와 러시아를 규탄했다.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알아사드 정권’의 우방인 러시아를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헤일리 대사는 “아사드, 러시아, 이란은 평화에는 관심 없다”며 “양심이라고는 없는 인물이 이끄는 시리아의 합법 정부는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잔혹 행위를 주민에게 하는데 몰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이 단합돼 행동하는 임무에 계속 실패한다면 개별 국가들은 독자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에도 ‘알아사드 정권’의 이익에 반하는 유엔 결의안들을 거부권 행사로 부결시킨 러시아에 대한 최후통첩성 경고로 풀이된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헤일리 대사는 “얼마나 많은 어린이가 더 죽어야 하는가”라면서 “러시아는 시리아에 대해 영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가 그 영향력이 사용되는 것, 그래서 끔찍한 행위들을 종결시키는 것을 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날 안보리 회의 전부터 미국, 영국, 프랑스가 작성한 결의안 초안에 ‘수용 불가’라며 거부했다. 화학무기 사용 책임을 ‘알아사드 정부’에 돌리는 것은 도발이라고 러시아 외교부 소식통이 말했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도 결의안은 불필요하고 급조됐다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프론코프 대사는 그러나 “앞으로 제일 큰 과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라며 사건 조사에 동의할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러시아가 결의안에 명시된 대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칸셰이칸 현장조사를 받아들인다는 의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시리아 공군이 반군의 창고를 공격했는데, 이 창고에 저장된 독극물이 퍼져나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리아 정부의 폭격을 인정하면서도 화학무기는 반군의 소유였다는 논리다.

안보리 결의안 초안은 이번 공격의 배후조사를 위해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공격이 일어난 날의 비행 기록, 군사작전 정보, 헬리콥터 중대 사령관 명단 등을 제공하고, 유엔과 OPCW 조사관이 요청하는 때로부터 5일 이내에 지목한 군 장교 및 고위 공직자를 만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사린가스가 사용됐던 2013년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이후 최악의 참사를 부른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 20명을 포함한 72명의 사망자가 현재까지 확인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어린이를 포함한 100명 이상의 시리아 희생자들이 화학무기 때문에 순교자가 됐다”면서 알아사드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비난했다.

국제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에서 치료한 8명의 환자는 동공확대, 근육 경련, 배변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보였다면서 “이는 사린 같은 유독한 신경작용제에 노출됐을 때의 증상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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