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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벚꽃엔딩’은 가라, 올 봄엔 장범준의 ‘다시, 벚꽃’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왔다. 담담한 자기 고백에, 봄에 딱 어울리는 싱그러운 음악은 덤이다. 6일 개봉한 영화 <다시, 벚꽃>(감독 유해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MBC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휴먼다큐 사랑>의 ‘풀빵엄마’, ‘너는 내 운명’, ‘해나의 기적’ 편을 연출한 유해진 감독이 언론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그러나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가수 장범준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내보냈다.

사진 (주) 문화방송, 영화사 진진.

<다시, 벚꽃>은 유해진 감독이 기획부터 촬영까지 2년여간 공을 들인 끝에 완성한 음악 다큐물이다. 그렇기에 음향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소규모 공연 장면과 더불어, 후반부에 등장하는 콘서트 장면은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음악보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두문불출했던 장범준의 일상이다. 장범준은 2013년 12월 돌연 버스커버스커 활동을 중단한 이후, 결혼하고 아빠가 됐다. 지난 2015년 겨울부터 지난해 봄까지 20대 마지막 앨범인 솔로 2집에 몰입한 그의 3개월이 상영시간 99분에 오롯이 담겼다.

카메라는 베일에 싸인 장범준의 사생활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다. 그저 그와 속도를 맞춰 걷는 인상이다. 음악에 관련된 사람과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간 장범준에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장범준은 2집 앨범 작업에 참여한 웹툰 작가 박수봉과 함께 ‘골목길 어귀에서’의 실제 골목길을 방문해 첫사랑에 관한 추억을 고백하거나, ‘반지하 1호 카페’ 공연 때 멀리서 온 팬에게 무심한 듯 선물을 건네고, 친동생의 입대 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다. 장범준이 꾸밈없이 친구에게 얘기하듯 툭툭 던지는 그의 언어에 진정성이 오롯하다. 그 속에 장범준의 사람·이야기·음악이 녹아있다.

‘반지하 1호 카페’에서 인디 뮤지션과 2집 앨범 수록곡을 연습 중인 장범준의 극 중 사진. 사진 뒤쪽은 장범준씨의 동생. 사진 (주) 문화방송, 영화사 진진.

영화는 ‘정말로 사랑한다면’, ‘골목길 어귀에서’, ‘빗속에서’, ‘홍대와 건대 사이’, ‘사랑에 빠져요’ 등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장범준의 곡들과 그동안 몰랐던 사연이 함께 버무려져 신선한 재미를 전한다. 이야기의 종착역을 2집 앨범 발매 시기인 2016년 봄으로 정한 덕에 오래된 편지를 꺼내는 설렘과 아련함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른다.

<다시, 벚꽃>은 장범준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그러면서도 담백한 면모가 집약돼 있다. 그의 성공만 보고 ‘벚꽃좀비’의 변주로 여겼던 관객이라면 편견의 오해를 반성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극 중 뮤지션들과 솔로 2집 앨범 녹음 작업 중인 장범준. 사진 (주) 문화방송, 영화사 진진.

유 감독은 지난달 3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의 평범하고 소탈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며 청춘의 성실함과 노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장범준은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카페 겸 작업실 ‘반지하 1호 카페’에서 음악에 빠져사는 연구가이자 무던히 노력하는 연습벌레다.

그의 이름을 수식하는 말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그는 소규모의 공연을 선호하는 버스커이자, ‘진짜 음악’에 천착(?)한 싱어송라이터, 인디 뮤지션들과 협연하면서 그들이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선배다. 그뿐이랴. 집에서는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형이자, 일찍 여읜 지어미의 남편 대신 가장 노릇을 해온 든든한 아들이며, 아내가 출근하면 네 살 된 딸을 돌보는 평범한 아빠이기도 하다.

극 중 딸 장조아 양을 돌보고 있는 장범준. 사진 (주) 문화방송, 영화사 진진.

아쉬운 점은 신비스럽던 존재의 은밀한 실체를 다 알아버려 기분이 찝찝해 진다는 인상이다. 그렇더라도 아직 20대인 ‘인간 장범준’의 음악을 향한 열정과 고민을 엿듣고 싶다면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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