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이런 오늘] 음란사이트 ‘소라넷’ 폐쇄 1년…한 걸음도 못 뗀 한국사회

[이런 오늘] 음란사이트 ‘소라넷’ 폐쇄 1년…소라넷은 시작에 불과하다.

2016년 4월 7일, 회원만 10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이 폐쇄됐다. 1년이 지난 오늘, 과연 세상은 나아지고 있을까.

허예나 DSO 디지털성폭력아웃 대표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특강에서 “소라넷은 일부 남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적 자유의 공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강연에서 ‘여성에게 사이버공간은 전쟁터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허 대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음란물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 청원운동을 이끌어낸 주역이다. 허 대표는 “소라넷이 폐지되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한 여성분들이 많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소라넷은 사라졌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농담은 여전히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라넷 폐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서버가 폐쇄되기 전 소라넷 사이트.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디지털성폭력에 맞서다’란 주제로 강연한 조소연 연구원은 “온라인 성폭력과 오프라인 성폭력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한 법규 마련과 왜곡된 성인식 변화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가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네덜란드와 공조 수사를 펼쳐 소라넷의 핵심 서버를 압수해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1년 전 오늘 밝혔다. 현재까지 소라넷 사이트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

소라넷에서 활동하는 카페 운영진 등이 검거된 바 있지만, 외국에 있는 핵심 서버가 압수돼 사이트가 폐쇄된 건 처음이다. 경찰은 지난해 3월부터 국제공조를 위한 증거자료를 수집했으며, 네덜란드 경찰청이 영장을 발부받아 120테라바이트(TB) 규모의 소라넷 핵심 서버 15대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소라넷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광고한 업주 3명과 카페 운영자 8명,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도박을 한 회원 51명 등 62명을 음란물유포와 도박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해 소라넷 서버를 폐쇄하기 위해 경찰이 미국과 공조수사 중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운영자는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고 미국에 있던 서버를 네덜란드 등 유럽에 분산 이전하며 운영을 계속해왔다. 또한 ‘Terry Park’ ‘Kay song’ 등 가명을 사용해 운영자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단속망을 피해왔다.

소라넷은 1999년 6월 문을 연 ‘소라의 가이드’가 시초였다. 당시엔 음담패설이나 신체노출 사진을 주고받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3년 11월부터 음란 포털사이트로 확대되면서 성매매나 원조교제 등의 무법지대로 진화했다.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유포하는 보복성 영상), 집단 성관계 등 불법 음란물이 대량으로 노출됐다.

그간 소라넷 운영진은 불법 음란물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게 해놓고 회원을 모집한 후 도박 사이트, 성매매업소, 성기구 판매업소 등의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려왔다. 이들은 100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