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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윤진 “월드스타라고 하지 마세요, 민망하네요”

“월드스타요?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진짜 월드스타에겐 그런 수식어도 안 붙는다는데, 너무 민망하네요.”

배우 김윤진은 ‘월드스타’란 수식어에 손사래를 쳤다. 호탕한 웃음 뒤엔 분명 그 단어에 대한 부담감이 실려 있었다.

배우 김윤진, 사진 페퍼민트앤컴퍼니

“그런 기사를 보면 가끔 ‘그런데 이 아줌마는 누구야?’란 댓글이 달려 있을 때가 있어요.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죠. 하하.”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진은 화려한 수식어엔 머리를 가로저으면서도 지금 위치에 대한 자부심은 분명 나타냈다.

“제가 우리나라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시장을 넓히는 데에 영향을 끼친 건 없지 않아 있겠죠. 다른 배우들이 ‘김윤진도 해외 진출하는데 나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한번쯤 생각할 계기를 준 거니까요. 절 보면서 ‘저 정도 연기? 저 정도 얼굴? 내가 더 낫지 않나’란 생각을 계속 해야 여러 시도도 계속되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영화 <시간위의 집>(감독 임대웅)으로 돌아온 그는 정체모를 힘이 앗아간 아들을 찾기 위해 25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주부 ‘미희’ 역을 맡았다. 영화 <국제시장> <이웃 사람> <세븐데이즈> <하모니> 등에 이어 연거푸 엄마 연기를 한 김윤진에게 ‘모성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혔다고 하니 웃음을 터뜨렸다.

“현실적으로 티켓 파워가 있는 여배우 연령대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올라갔어요. 아직도 제가 원톱 배우를 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 나이대 여배우들에게 어떤 역이 들어오겠어요? 계속 엄마 역인 거죠. 한동안 안 바뀔 것 같아요. 답답함도 느끼죠. 악역이나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동안 제가 맡은 엄마 역들도 느낌은 다 달랐어요. 나름 굉장히 결을 다르게 했거든요.”

이번엔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모성애’ 연기였다. 그룹 2PM 옥택연과 함께 호흡을 맞춰 극을 이끈다.

“옥택연은 굳이 조언하지 않아도 너무 연기를 잘 하더라고요. 대본 보는 눈도 있고, 이 영화 안에서 자신이 어떤 구실을 해야하는지도 다 파악했던데요. 전체를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또 옥택연 덕분에 이번 VIP 시사회 때 청춘스타들도 많이 볼 수 있었죠. 닉쿤이나 에일리, 에릭남 등을 제가 언제 볼 수 있겠어요? 박진영 씨도 왔는데, 정말 연예인 본 것처럼 제가 달려가서 사진도 찍었다니까요. 하하.”

영화 ‘시간위의 집’에 출연한 옥택연(위)과 조재윤, 사진 페퍼민트앤컴퍼니

극 중 남편 ‘철중’ 역을 맡은 조재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대본 속 인물보다 색을 훨씬 더 잘 입혔어요. 철중에 대한 설명이 미희에 비해서 적은데, 조재윤이 연기를 해줬기 때문에 충분했다고 생각해요. 술 먹는 장면에선 진짜 술을 마시고 연기를 하더라고요. 비중이 적으면 솔직히 이렇게까지 않아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열정에 반했어요. 그 섬뜩한 눈빛은 조재윤 아니었으면 가능이나 했겠어요?”

이번 작품은 그가 단독 주연이기도 했지만 제작 단계부터 참여했던 터라 애정이 남달랐다. 극 중 미희가 후두암에 걸린다는 설정도 자신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을 정도였다고.

“아이를 잃은 것도 모자라서 25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는데 얼마나 피 말리는 지옥이었을까요? 그래서 그런 설정을 감독에게 제안했어요. 아무리 입이나 미간에 주름을 만들어 ‘노인’ 김윤진을 만든다고 해도 외모적인 것에선 큰 변화를 주기 어렵잖아요. 25년의 세월, 미희의 분노와 절실한 마음이 깃들면서도 관객이 보기에 동정심을 느낄 수 있는 설정이었던 것 같아요.”

공들인 작품이지만 현재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과 맞붙는 것에 부담을 내비쳤다. 특히 <프리즌>의 주역인 한석규는 과거 영화 <쉬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사이였다.

“비수기라고 해서 안심했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하하. 다만 <프리즌>이 워낙 잘 되고 있으니 그 좋은 기운을 한석규 씨가 제게 바통터치 해줬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제 작품에 대한 반응이 따뜻해지면, 그때 또 개봉을 앞둔 최민식 씨의 <특별시민>으로 이어줄게요. ‘<쉬리> 주역들이 흥행의 주역’이란 기사가 난다면 그 안에도 제 이름이 있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위의 집>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어떤 영화일까.

“공포물이니까 ‘피나고 싶어?’(강호동 유행어)로 할까요? 하하. 이 영화는 9000원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을 겁니다. 생각보다 무섭고 감동적일 거예요. 잘 비빈 비빔밥 같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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