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삼성 스포츠단의 부진, 우연일까 필연일까

프로축구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프로연맹 제공

삼성 스포츠단 프로팀들이 수난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프로야구 삼성은 시즌 초반 1승7패로 최하위에 처져 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했던 찬란했던 역사가 옛날 이야기로 느껴질 정도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출발도 무겁다. 4무1패로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순위는 10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8일 상주 상무와의 홈경기서 0-0으로 비기자 참다못한 홈팬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프로배구는 사정이 더 나쁘다. 대전 삼성 블루팡스는 2016~2017 V리그에서 4위에 그치며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대전 삼성 블루팡스는 V리그를 8번 제패한 최고 명문팀이지만 이제는 원점에서 새출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프로농구는 나은 편이다. 여자농구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2016~17시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남자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도 현재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있다.

4대 프로 종목 모두 ‘삼성 제일주의’를 외치며 1등을 목표로 싸우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삼성 스포츠단의 부진은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진행된 삼성 스포츠단의 제일기획 편입과 무관치 않다. 공교롭게도 제일기획 편입과 맞물려 삼성 스포츠단의 하락이 시작됐다.

삼성그룹은 그룹 지원이 없이도 수익 창출이 가능한 스포츠단으로의 체질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스포츠단을 떠안은 제일기획은 강도 높은 효율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크고, 투자 효율화와 성적은 반비례 관계라는 점이다.

프로야구 삼성은 최근 3년 동안 FA 시장에서 박석민(NC), 최형우(KIA), 차우찬(LG) 등 간판선수들을 놓쳤다. 삼성은 대어 대신 우규민, 이원석 같은 준척급으로 효율화를 도모했다.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LG전은 삼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경기였다. 삼성은 차우찬을 맞아 6과 3분의 1이닝 6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봉쇄당하며 완패했다. 투자 효율화를 위해 포기한 선수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은 것이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도 비슷하다. 지난 3년간 고연봉 선수들을 정리하는 효율화 작업 속에 정성룡, 오범석 같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제일기획이 스포츠의 고유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기업처럼 수익성 중심으로만 운영한다”는 것이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스타는 현재보다도 역사가 더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고참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팀 기여도가 떨어지는데 왜 높은 연봉을 지급하냐는 식으로 접근하면 선수들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생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과도기를 거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서 “너무 결과만 따지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줄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