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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아빠는 딸’ 낮은 기대치가 ‘무기’다

■고구마지수 2개

■수면제지수 1.5개

■흥행참패지수 4개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의 무기는 ‘낮은 기대치’다. ‘아빠와 딸의 보디 체인지’라는 줄거리나 윤제문·정소민이 주연이라는 카드로는 관객을 유혹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방심했더니 은근한 재미로 ‘훅’ 들어온다. 이 영화, 요물이다.

영화 ‘아빠는 딸’ 포스터, 사진 영화사 김치

<아빠는 딸>은 화장품 회사 만년 과장인 아빠 ‘원상태’(윤제문)와 첫 데이트를 코 앞에 둔 고등학생 ‘원도연’(정소민)이 우연한 계기로 7일간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렸다.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키하사의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남녀로서 뿐만 아니라 부녀가 몸이 바뀌는 작품이라 윤제문·정소민이 기존 이미지를 반하는 연기를 펼치는 게 관전포인트다. 특히 첫사랑을 이루려는 여고생에 빙의한 윤제문의 코믹 연기가 일품이다.

그동안 <전설의 주먹> <비열한 거리> <덕혜옹주> 등에서 카리스마 강하고 선 굵은 캐릭터를 도맡았던 그는 <아빠는 딸>에서 180도 다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남자다운 외모를 지닌 그가 줄임말을 쓰고 이성에 관심 많은 여고생을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의 웃음보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또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섹시 댄스까지 능청스럽게 소화해내기까지 한다. ‘원맨쇼’란 수식어를 붙일 만 하다.

극 중 딸이지만 중년 남성의 캐릭터를 보여준 정소민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다. 대화가 사라진 부녀가 몸이 바뀌는 계기로 서로 이해하고 가족간의 사랑을 깨닫는 상투적인 전개의 단점을 윤제문과 찰떡 호흡으로극복했다.

일본 작품을 국내 정서로 바꾸는 작업 역시 성공했다. ‘부녀간의 소통’이란 전세계 공통 감동 코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원작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봐도 이해가 어렵지 않고, 이질감도 없다.

그러나 작품의 재미를 이끄는 이 ‘낮은 기대치’는 <아빠는 딸>의 큰 구멍이기도 하다. 재미있게 잘 만든 콘텐트지만, 굳이 스크린으로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 영화를 위해 티켓을 사서 극장까지 와야하는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배우들의 티켓 파워도 약하지만, ‘부녀 소동극’은 TV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그림이라 관객들의 발길을 잡아당기는 힘이 부족하다.

결국 이 영화가 할 수 있는 홍보 작전은 ‘입소문’뿐이다. 가장 어려운 작전이기도 하다. <아빠는 딸>의 흥행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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