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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골잡이가 평범한 선수로…AC밀란 ‘9번의 저주’

한때 이탈리아 프로축구 AC밀란의 ‘9번’은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통했다. ‘스트라이커의 교과서’로 불린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골잡이 마르코 반 바스텐,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리며 아프리카 최초의 발롱도르 수상자가 된 조지 웨아, 지능적인 침투와 위치선정의 달인이었던 필리포 인차기가 AC밀란 9번의 전설을 만들었다.

현재 AC밀란의 9번을 달고 있는 지안루카 라파둘라. 그가 필리포 인차기 이후 이어져오고 있는 AC밀란 9번의 저주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게티이미지/이매진스

모든 전설 속 영웅이야기가 그렇듯 전설의 시대가 끝나면 저주의 겨울왕국이 찾아온다. AC밀란도 이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2012년 인차기 은퇴 이후 AC밀란은 아직도 9번의 진짜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인차기로부터 9번을 이어받은 브라질 출신의 알렉산드레 파투가 저주의 시작이었다. 파투는 AC밀란에서 51골을 넣었다. 하지만 49골은 7번을 달고 있을 때 기록한 골이었다. 9번을 달자 그는 전혀 다른 선수가 돼버린 듯했다. 2012년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록한 2골이 파투가 넣은 골의 전부였다. AC밀란은 2013년 1월 그를 코린티안스로 팔아버렸다.

파투 대신 9번의 주인이 된 것은 알렉산드로 마트리였다. 유벤투스에서 2시즌 연속 10골을 터뜨렸던 마트리는 AC밀란의 9번을 달자마자 존재감이 사라졌다. 15경기에서 그가 기록한 골은 단 1골. 마트리의 뒤를 이은 페르난도 토레스는 3개월 동안 1골에 그친 뒤 2014년 12월29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2015년엔 마티아 데스트로가 임대로 와 9번을 달았지만 15경기 3골밖에 넣지 못하고 볼로냐로 떠났다. 우크라이나 샤흐타크 도네츠크 시절 2014~15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9골을 터뜨리며 이름을 알린 아드리아누도 9번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6골 기록만 남기고 지난 1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로 이적했다.

올 시즌 9번을 달고 있는 것은 지안루카 라파둘라이다. 지난 시즌 세리에B 페스카라에서 46경기에 출전해 30골 12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해 6월 AC밀란에 합류했다. 세리에B의 곤살로 이과인으로 불렸던 라파둘라는 현재까지 5골을 넣고 있다.

인차기가 11년간 AC밀란에서 기록한 골은 73골. 인차기 은퇴 이후 지금까지 6명의 9번이 넣은 골은 18골. 9번의 저주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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