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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아쿠타가와 문체의 아름다움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정수윤 옮김, 한빛비즈

소설의 재미는 구조적 아름다움에 있을까 시적 정신에 있을까

“‘내가 쓴 글은

설령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분명 누군가 썼으리라.’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러니 내 작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시대의 땅 위에 자란

여러 풀 가운데 한 포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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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가치를 결정짓는 요인은 이야기의 길고 짧음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야기가 기발한지 아닌지는 평가 범위 밖의 문제다. 알다시피 다니자키 준이치로 씨는 기발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많은 소설을 썼고, 그중 몇 편은 시대를 뛰어넘어 살아남으리라. 다만 그 생명력이 꼭 이야기의 기발함에서 오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이야기다운 이야기가 있든 없든 작품의 가치와 상관없다. 앞서 말했듯 이야기 없는 소설 혹은 이야기다운 이야기 없는 소설이 우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소설도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이야기다운 이야기 없는 소설’이 그저 신변잡기를 묘사한 것만은 아니다. 모든 소설 가운데 가장 시에 가까운 소설이며, 산문시보다는 소설에 가깝다. 세 번 반복하는데 이야기 없는 소설이 우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통속적인 흥미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가장 순수한 소설이다. -90~91p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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