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설채현의 동행] 반려동물 분리불안, 달리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불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부정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불안’이라는 ‘놈’은 참 억울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동물들은 위험을 감지하고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원숭이에서 불안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인 편도체를 외과적으로 제거한 후 모형 뱀을 던져주었더니 그 뱀을 물고 빨고 던지고 장난을 쳤다고 합니다. 만약 이것이 진짜 뱀이었다면 그 원숭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불안은 모든 동물의 필수적인 감정입니다. 다만 이 불안이라는 감정이 정상적이지 않고 너무 과할 경우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부분 반려견의 행동문제는 이 불안이라는 감정이 너무 과해져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불안해할 때 나타납니다.

바로 대표적 불안문제가 바로 ‘분리불안’입니다. 분리불안은 반려견이 보호자 또는 애착동물과 떨어질 때 생기는 행동문제로, 대표적으로 ‘짖기’ ‘오줌 싸기’ ‘집 안 어지럽히기’ 등 3대 증상을 보입니다.

사실 분리불안의 원인과 교육방법은 인터넷에 조금만 찾아봐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왜 이렇게 분리불안을 가진 반려견이 많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미국의 동물행동전문의(미국은 수의학에도 전문의제도가 있습니다)에게 찾아가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꼭 행동약물을 처방해야 하는 행동문제는 무엇일까요?’였습니다. 그 답변이 바로 ‘분리불안’과 ‘공격성’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신과적 진료 또는 약물처방을 상당히 꺼립니다. 아무래도 예전부터 내려오던 유교적 사상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정신 또는 행동학적 문제를 마음·노력·의지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상당히 많습니다.

반려동물의 분리불안은 현대인이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하지만 이런 불안문제가 마음·노력·의지만의 문제일까요? 원숭이의 예처럼 만약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경우 아무리 심리상담을 해도 좋아지지 않는 사람의 우울증처럼 반려견들도 과한 불안을 안고 평생을 불안하게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간·신장·피부가 안 좋으면 약을 먹는 데 큰 거부감이 없습니다. 하지만 왜 뇌가 안 좋으면 약을 먹는 것을 극히 꺼릴까요?

실제로 분리불안과 불안을 가진 반려견을 연구해 본 결과 사람의 우울증과 같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호르몬 중 하나인 세로토닌이 부족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보통 반려견의 행동문제에 처방하는 약물들은 이런 호르몬의 양을 증가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행동상담에 참관했을 때 봤던 한 보호자의 반응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교수님께서 “분리불안을 가진 반려견에게 항우울제계열의 약물을 처방하겠다”고 말하자 보호자는 ‘씩~’ 웃으며 반려견을 쓰다듬고는 평온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도 이제 나랑 같은 약을 먹는구나.”

마지막으로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분리불안 문제 때문에 가장 힘든 이는 옆집·윗집의 민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가족이 아니라 혼자 있을 때 너무 무섭고 불안한 우리의 반려견들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