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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경주만한 곳이 어디 있나요?

충북 진천군 상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불국사를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자신들의 부모가 사진을 찍었을 그때 그 모습으로….

경주!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레는 곳이다. 이름만으로 추억과 낭만과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 때문인지 그 이름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계절 모두 나름의 멋을 뽐내는 것이지만, 그래도 최고의 계절을 뽑으라면 단연 ‘봄’이다. 보문단지 일대를 뒤덮은 벚꽃과 첨성대 주위로 가득 핀 봄꽃들, 그리고 파릇한 잎으로 뒤덮인 황룡사지의 아득한 들판…. 이맘때면 경주에서는 봄잔치가 벌어진다.

동궁과 월지의 야경

■수학여행 안성맞춤 도시, 경주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온 성인들이 자신의 앨범 얘기를 하면서 “아~ 그 사진 나도 있어”라고 입을 모을 만한 ‘인생의 한 컷’이 있다. 경주 불국사를 배경으로 한 그때 그 사진이다. 불국사 아래 숙박지에서 친구들과 처음으로 잠자리를 함께 하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포즈로 찍은 그 단체 사진.

학창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수학여행은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으로, 저마다의 삶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이 추억은 부모님에게서 자식으로 이어지며 세대를 하나를 묶어 주기도 한다. 수학여행의 메카 경주는 언제나 현재진행형 여행지다.

신라 천년 고도의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도시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3곳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넘쳐난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대릉원, 천마총, 안압지, 분황사, 황룡사지, 계림, 월성, 포석정 등 이름을 모두 열거하는 것조차 숨이 차다. 도시 전체가 천년 고도의 사적지다. 여기에 보문단지를 중심으로 각종 테마파크가 펼쳐지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관광의 천국’이라 불릴 만한 곳으로, 학생들이 즐거운 체험 교육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특히 경주시는 학생들의 안전한 수학여행을 위해 ‘안심 수학여행 서비스’도 지원한다. 전국 각 학교 체험학습 담당 교사들이 안전점검 요청을 하면 시설·위생·소방·전기·가스 등의 점검 결과를 접수부터 결과 통보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해 주는 서비스다. 최고의 수학여행지다운 보살핌이라 할 만하다.

동궁원 버드파크

■‘관광 경주’의 새로운 패러다임, 동궁원

대한민국의 관광 메카로 세계문화유산의 품격을 자랑하는 경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수학여행 코스로 동궁원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유적지 관람에서 벗어나 직접 체험하고 느끼고 살아 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기 때문. 새롭게 진화하는 경주 관광 트렌드의 최전선에 동궁원이 있다.

경주 보문단지 입구에 위치한 동궁원은 지난 2013년 9월에 개장한 사계절 전천후 복합문화체험공간이다. 약 6만4858㎡의 공간에 동궁식물원, 경주버드파크, 농업체험공간이 자리한다. 신라의 역사 ‘동궁과 월지’를 재해석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구성, 현대적으로 재현했다. 신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체험학습의 장으로, 일반인에게는 누구나 편안하게 쉬고 힐링할 수 있는 새로운 테마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2,883㎡ 규모의 동궁식물원은 유리로 만든 신라시대 전통 궁궐이다. 야자원·관엽원·화목원·수생원·열대과수원 등 5가지 테마로 나눠진 내부에서는 400종 5500여 본의 아열대 식물들이 자란다. 보리수, 봉황목, 모링가, 미인수, 카나리야자, 푸르메리아, 바오밥, 시체꽃, 올리브, 방고, 잭후르츠, 사계목서 등이다.

그러나 여기에만 그친다면 일반 식물원과 다를 바가 없다. 동궁식물원의 매력은 따로 있다. 신라 역사문화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는 것. 안압지에서 출토된 배의 이미테이션 등을 차용한 포토존이 설치돼 있고, 특히 동굴폭포를 통과하는 7m 높이 고가관람로는 식물원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거대한 깃털 조형물이 인상적인 경주버드파크는 국내 최초의 체험형 화조원이다. 경상북도 1호 전문동물원으로 앵무새·코뿔새·펭권 등 250종 3000여 마리에 이르는 조류와 파충류·어류 등 가지각색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우리에 갇힌 동물을 밖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새장 속에 들어가 직접 동물의 생태와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경주버드파크의 자랑거리다. 여기에 2층은 스토리텔링장으로 기능한다. 새의 기원, 새와 신라 이야기, 부화체험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새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버드아뜨리에’ ‘아기새여행열차’ ‘4D 시뮬레이터’ 등도 학생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봄을 맞은 대릉원의 풍경.

■자기주도 학습의 장, 황룡사 역사문화관

황룡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사찰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어 완전한 형태를 짐작하기 힘들다. 경주시는 그 궁금중을 풀어주기 위해 지난해 11월 황룡사 터 서쪽에 ‘황룡사 역사문화관’을 개관했다. 황룡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역사체험의 장’이다.

황룡사 역사문화관에 들어서면 황룡사의 상징인 9층 목탑을 10분의 1 크기 축소한 모형 목탑이 먼저 눈에 띈다. 약 8m 높이의 목탑 제작에만 8년이 소요됐다. 이 목탑에는 총 4만2000개의 목부재와 8만5000장의 동기와가 사용됐으며, 막새 문양은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기와 문양을 새겨 넣었다. 해가 진 뒤 조명이 커지면 더욱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황룡사의 건립부터 소실까지 전 과정을 담은 3D 영상실은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 장소다. 황룡사지의 광활한 터에서 그저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장면들이 눈앞에 현실이 돼 펼쳐진다.

경주박물관은 늘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사진 | 경주박물관 제공

■일년 362일 쉬지 않는 국립경주박물관

수학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바로 국립경주박물관이다. 신라시대 유물을 중심으로 1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실은 선사시대실, 고신라토기실, 고신라공예실, 와전실, 통일신라토기실, 통일신라 금속공예실, 조각실로 구성돼 있다. 역사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박물관 중의 박물관이다.

특히 이곳에서 5월7일까지 ‘세계 유산 백제’ 특별전이 열린다. 신라의 중심 경주에서 백제를 볼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다. 이번 특별전시관은 역사교과서 속의 백제 부분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백제의 유물과 신라의 유물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정확히 일년 365일 중에 딱 3일(1월1일, 설날, 추석)을 빼고 모두 개관한다. 단지 전시실 개방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각종 체험·교육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토요 작은 음악회’도 매주 관람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게다가 모든 관람과 행사 참가가 무료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문무왕릉 앞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동해바다, 경주 바다 100리 길

경주에 바다가 있다고 하면 놀라는 이들이 많다. 경주하면 다들 첨성대와 왕릉 사적지, 보문단지 등만 떠올리기 때문. 하지만 경주시내에서 차로 40분 만 달리면 시원한 동해를 만날 수 있다. 넓은 몽돌밭과 고운 이름을 자랑하는 오류 고아라 해변, 우거진 솔숲이 멋진 전촌 솔밭 해변, 부드러운 백사장으로 아이들과 즐기기 좋은 나정 고운모래 해변, 만파식적 실경 뮤지컬이 펼쳐지는 봉길 대왕암 해변, 주상절리길 인근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관성 솔밭 해변 등 감포에서 양남면으로 이어지는 바다 100리 길에 위치한 해수욕장은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특히 봉길 대왕암 해변에는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인 대왕암이 있다. 문무왕은 죽어서도 용이 돼 나라를 지키겠다며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동해에 뿌려 달라고 유언했다. 신하들이 유언대로 동해의 큰 바위섬에 장사를 지냈고, 이곳이 대왕암이다. 대왕암 맞은편에는 이견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감은사를 지은 신문왕이 만파식적을 얻었다는 전설을 품은 곳으로, 신라인들의 호국의지가 깃든 곳이기도 하다.

또 하나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주상절리를 파도소리와 함께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해안 트레킹 코스다. 약 1.7㎞의 걷기 좋은 길로, 부채꼴 주상절리(천연기념물 제536호)를 만날 수 있는 해파랑길 경주 구간의 백미다.

파도소리길을 들른다면 당연히 읍천항 벽화마을을 지나칠 수 없다. 읍천항은 파도소리길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다. 읍천항 갤러리라고 불리는 이곳은 벽화 테마 거리로 읍천항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감상하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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