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나 뉴스를 보면 제 이름이 많이 나와요. 활기차고 잘 웃는 연예인을 보고 저와 같다고 하네요. 제 이름 뒤에 ‘美’를 붙여서 그런 성격들을 칭하기도 한대요. 사람들은 원래 저를 ‘악마’라고 많이 불렀어요. 다른 악마 중에서도 제가 대장이라고 하네요.
제 이름 소개가 늦었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악마견 대장’이라고도 하는 ‘비글’이랍니다.
저는 영국에서 왔어요. 사냥하기를 참 좋아하죠. 저를 풀숲에 풀어주면 친구들과 함께 땅을 파서 토끼를 잡아 아빠에게 가져다 줬답니다. 저는 이 분야의 전문가랍니다. 몇 시간씩 뛰고 땅을 파고 다녀도 지치지 않고 냄새도 잘 맡아요. 그 덕분에 제 친구들은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는 탐지견으로 자주 취업을 한답니다.
저와 친구들은 미국에 많아요. 사람들은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은 제가 너무나 귀엽대요. 미국에는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많더라고요. 그 인기 덕에 TV나 영화 출연도 자주 하죠. 만화 <스누피> 아시죠? 주인공 ‘스누피’가 바로 제 친구예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마이펫 오지>에서도 제 친구가 주인공이더라고요.
저는 멀리 한국에도 왔답니다. 골프 선수 박세리씨가 저를 안고 입국하면서 저 또한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죠. ‘바둑이’ 같고 귀여운 외모 덕에 저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많대요. 하지만 한국에는 제가 신나게 뛰어놀 공간이 별로 없었어요. 게다가 이곳 사람들은 혼자 살고 매우 바빠요. 아빠·엄마가 나가면 저는 10시간이 넘게 썰렁한 집에 혼자 있어요. 제가 심심하고 궁금한 것은 못 참는데…. 넓은 들판에서 사냥했던 기억이 그리워요. 사냥하던 생각만 하면 가만히 있기 힘들어요. 아빠·엄마가 오기 기다리는 일도 외롭고 심심하죠.
그래서 집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놀았어요. 하지만 아빠·엄마는 돌아오면 제가 너무나 반가워 꼬리를 흔드는데도 때리고 혼내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저는 단지 늘 하던 대로 땅을 파고 토끼를 찾았는데 말이죠. 결국 저와 제 친구를 미워하는 아빠·엄마도 많이 생겼어요. 어디 놀러가는 줄 알고 좋아했는데 공원에 저를 묶어 두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죠.
저는 사람들이 정말 좋아요. 아빠·엄마뿐 아니라 아빠의 친구, 엄마의 가족들도 좋아요. 친해지기 힘든 다른 강아지 친구들도 있지만 저는 안 그래요. 누구든 좋고 함께 놀고 싶거든요. 그래서 집에 혼자 있으면 아주 심심하고 외로워요.
제 친구들을 어두컴컴한 ‘실험실’이라고 적힌 방에 데려가는 경우도 많았어요. 아픈 주사를 맞고 잠시 잠이 들었다 깨면 온 몸에 실밥 자국이 있어요. 따가운 연기를 억지로 맡기도 하고 약 냄새가 나는 사료를 먹고 배탈이 난 적도 많아요. 저를 아프게 하고 어두운 철장 안에 가둬도 흰옷을 입은 아빠들이 좋아요. 가끔 흰 옷 입은 아빠들과 옆 방의 친구들이 함께 나가면 친구들은 돌아오지 않네요. 밖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게 맞겠죠?
제 얘기를 너무 많이 했네요. 제가 아빠·엄마에게 원하는 것은 매일 함께 나가서 뛰노는 것뿐이에요. 하루 1시간만 놀면 되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저를 ‘악마’라고 부르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악마견’이 맞나요?